아침 3교시 종이 울리자 교실 한쪽에 낯선 장비들이 펼쳐졌다. 흰 가운을 입은 학생은 강아지 모형을 앞에 두고 진찰 흉내를 냈고, 다른 쪽에서는 노트북 화면을 보며 코딩 명령어를 입력하는 손길이 분주했다. 칠판 대신 직업 체험 부스가 자리 잡은 교실. 수학 공식이나 국어 지문 대신 아이들의 눈동자에는 ‘미래의 나’가 담겼다. 요즘 학교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27일 교육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는 올해부터 학교 방문형 프로그램 ‘JOB PLAY’를 본격 운영한다. 테마파크에서 운영하던 직업 체험 콘텐츠를 교실로 옮겨온 형태다.
프로그램은 4교시 기준 약 190분 동안 진행된다. 학생들은 수의사, 크리에이터, 코딩 엔지니어 등 인기 직무 중 필수 체험 2종과 선택 체험 2종을 포함해 총 4개 직업을 경험한다. 체험 종료 후에는 키자니아 전용 화폐인 ‘키조’와 직업별 제공품을 지급해, 단순 놀이를 넘어 경제 개념 학습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갖췄다.
최소 75명에서 최대 100명까지 참여 가능하며, 전문 강사 2명이 직접 학교를 찾는다. 테마파크의 몰입형 체험을 학교 시간표 안에 담아낸 ‘브랜드 파견형 모델’로 볼 수 있다.
공공 영역에서의 방문형 진로교육은 이미 체계를 갖췄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지역 진로체험지원센터와 연계해 현직 직업인이 학교를 직접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의사, 변호사, 연구원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교실에서 직무 강연과 간단한 실습을 병행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동형 체험 차량이 학교 운동장에 들어와 과학 및 미디어 체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모델의 강점은 공교육과의 밀착성이다.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해 소규모 반 단위로 운영되며, 교육청 예산이 투입돼 학교 측의 비용 부담도 비교적 낮다.
산업계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과 학교를 잇는 진로체험 플랫폼을 통해 실무자의 방문 수업을 지원하고 있다. 산업 현장의 이야기를 교과서가 아닌 현직자의 목소리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IT와 과학 분야 대기업들의 참여도 두드러진다. LG사이언스파크 등은 연구원이 직접 AI·코딩·로봇 체험 키트를 들고 학교를 방문해 미래 산업 직무 이해를 돕는다. 기업형 모델은 최신 산업 흐름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진로체험의 중심은 ‘현장 방문형’이었다. 그러나 수십 명의 학생이 대형 버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사고 우려, 이동 시간 부담, 대관료와 전세 버스 비용 상승 등이 학교 현장의 고민으로 작용해 왔다.
이제 체험은 교실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브랜드형, 공공형, 기업형 모델이 동시에 확대되며 교실은 작은 직업 체험 공간으로 변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