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노동조합이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때 원청 노조와 별개의 교섭체계를 구성하게 된다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교섭절차 매뉴얼이 확정됐다.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으면 다른 노조와 노동자가 알 수 있도록 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는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정 노동조합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을 발표했다. 핵심은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가 분리돼 교섭절차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이날 노동부의 방침에는 노동계의 요구가 더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노동부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유지한 채 교섭단위 분리 제도를 활용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반면 이날 매뉴얼에서 노동부는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의 교섭단위가 다르다고 봤다. 교섭권의 범위 및 사용자의 책임 범위, 근로자의 특성, 이해관계, 근로조건 결정 방식 등에 있어 본질적인 차이가 있어서다. 이로써 다음 달 10일 법이 시행되면 원청 사용자의 교섭창구는 원청 노조, 하청 노조로 최소 2개가 된다.
하청 노조는 전체가 함께 교섭에 나서야 하지만, 일정 요건을 갖추면 노동위원회 판단을 통해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작지만, 노조가 원할 시엔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의 공동 교섭도 가능하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공동 교섭과 관련해 “그보다 좋은 사례는 없을 것”이라며 “원청 입장에서도 2번 교섭할 것을 한 번에 끝낼 수 있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원청 사용자는 교섭 요구 사실을 다른 하청 노조와 노동자가 알 수 있도록 공고해야 한다. 이를 불이행하면 사법처리 대상이 된다.
매뉴얼에 따르면 원청 노조는 교섭을 요구받은 날부터 7일간 교섭 요구 사실을 해당 사업장의 게시판 등에 공고해야 한다. 하청 노동자들이 작업하는 공간의 벽면이나 기둥, 휴게장소, 출입구, 식당 등에 충분히 공고하게 돼 있다. 해당 교섭단위 내에 있는 다른 노조가 알 수 있도록 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후 교섭노조를 확정해 통지하고, 확정 날부터 14일 내 자율적으로 교섭대표 노조를 결정하거나 원청과 개별교섭 협의가 가능하다. 그러지 못할 경우 과반수 노조가 대표노조가 된다.
노란봉투법 첫 적용 사례는 4월 중순 나올 것으로 전망됐다. 박수근 중노위원장은 “하청 노조에서 교섭을 요구하고 사용자가 공고하는 등 과정을 거치면 4월 중순에는 중노위나 지방노동위에서 첫 사건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노동계는 원·하청 노조의 교섭 분리는 환영하면서도 전체 하청 노조의 창구 단일화 원칙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금속노조는 “정부는 원청 노조 단위와 하청노조 단위를 묶어 교섭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입장을 바꿨다”며 “기존 입장이 얼마나 잘못됐었는지 정부 스스로 밝힌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하청 노조 단위를 모두 하나의 교섭단위로 간주하는 것도 옳지 않다. 사내하청, 사내용역 등 원청 사용자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노동조건이 간접 고용 내에서도 다를 수 있다”며 “복잡한 장벽의 근원은 기업 단위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 제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