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00원의 4분…200원 차이, 스타벅스 ‘에어로카노’가 바꾼 건 맛이 아니었다 [체험기]

공기 주입으로 만든 크림층과 갈색 대비
아메리카노보다 200원 비싼 스타벅스 신메뉴
찰나의 시각 효과 vs 일상 소비 가치의 질문

28일 오후 12시10분, 서울 용산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 점심시간 특유의 웅성거림 사이로 새로운 메뉴 이름이 들렸다. “에어로카노 하나요.”

 

추출 직후 모습. 상단의 크림색 거품과 하단의 커피층이 또렷하게 구분된다. 김현주 기자

추출이 시작되자 공기가 주입되는 마찰음이 매장에 퍼졌다. 바리스타의 손끝에서 투명 컵 안으로 쏟아진 액체는 빠르게 움직인다. 흑맥주와 비슷한 미세 기포가 위로 솟구치며 층을 만드는 모습에 옆 테이블에서 “오…” 하는 짧은 감탄이 흘렀다.

 

가격은 4900원. 같은 매장의 아이스 아메리카노(4700원)보다 딱 200원 비싸다. 커피 한 잔에 5000원이 육박하는 시대, 이 200원의 차액은 소비자에게 어떤 효용을 뜻할까.

 

◆폭포와 구름 사이, 질감의 변주

 

기자는 잠시 컵을 돌려봤다. 질소를 활용해 묵직하게 가라앉는 ‘나이트로 콜드브루’가 하강하는 폭포라면, 공기를 주입해 위로 솟구치는 에어로카노는 가벼운 구름에 가깝다.

 

위는 부드러운 크림색, 아래는 짙은 갈색의 대비가 선명해 사진을 찍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첫 모금. 입술에 닿는 건 커피가 아닌 거품이다. 공기가 한 번 걸러낸 듯 질감이 가볍다. 평소 마시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보다 확실히 부드럽다. 그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매장 조명 아래에서 본 컵의 모습. 시각적 대비가 선명하다. 김현주 기자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인상도 빠르게 평평해진다. 향과 보디감은 기존 아메리카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맛의 세계가 넓어졌다기보다 질감이 잠시 다른 옷을 입은 느낌에 가깝다.

 

현장에서 만난 직장인 윤모(29) 씨는 “처음 컵을 받았을 땐 비주얼이 예뻐서 기분이 좋았는데, 사무실로 돌아와 몇 모금 마시니 거품이 금방 사그라들었다”며 “특별한 날 기분 전환용으론 괜찮지만, 매일 200원을 더 낼지는 고민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장면의 혁신, 지갑을 열 것인가

 

3~4분이 지나자 층은 거의 사라졌다. 컵 안 벽면에 남은 잔흔만이 ‘조금 전의 연출’을 증명한다. 그 순간, 이 메뉴의 정체가 또렷해진다. 이 커피는 미각의 혁신이라기보다는 ‘장면의 혁신’에 가깝다.

 

소비자는 200원이라는 작은 차이 안에서 각자의 의미를 찾는다. 누군가는 “200원 더 내고 기분 전환 삼아 마셔볼 만하다”고 말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그 3~4분의 시각적 유희가 과연 200원의 값어치인가”라고 되물을 것이다.

 

음용 후 잔 내부. 거품이 사라진 자리에 잔흔이 남아 있다. 김현주 기자

결국 선택은 각자의 취향과 지갑이 정할 문제다. 매장을 나서는 길, 텅 빈 컵 벽면에 말라붙은 미세한 거품 자국만이 짧고 화려했던 4900원의 체험이 끝났음을 조용히 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