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개발된 톰슨 기관단총이 영국에 보급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다. 미국은 이른바 ‘무기대여법’에 따라 영국은 물론 소련(현 러시아), 중국 등 다른 연합국에도 엄청난 양의 무기를 제공했다.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담배를 입에 문 채 톰슨 기관단총을 다루는 사진은 2차대전 지도자로서 처칠을 상징하는 모습이라 하겠다. 적국인 독일은 총을 든 처칠을 ‘마피아’에 비유하며 조롱했으나 처칠은 개의치 않았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3개월 앞둔 1944년 3월 영국 남부의 상륙군 부대 훈련장을 찾은 처칠은 몸소 톰슨 기관단총 사격을 선보였다.
유럽의 군주제 국가들에선 국왕이 공식 행사에 군복 정복과 흡사한 옷을 입고 참석하는 광경이 종종 눈에 띈다. 이는 군주가 곧 국가 원수요, 군 통수권자임을 보여준다. 다만 입헌군주국의 경우 대부분 의원내각제를 채택해 의회에서 뽑은 총리가 국왕을 대신해 국정을 주도한다. 따라서 육·해·공 3군을 지휘하는 것도 군주 아닌 총리의 임무다. 그래도 국왕, 더 나아가 왕실 구성원들이 군대를 이끄는 전통은 비록 명목상으로나마 유지되고 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두 아들 윌리엄과 해리 모두 군 복무를 마친 예비역 장교란 점도 그와 무관치 않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유럽은 전례 없는 안보 위기감에 휩싸였다. 냉전 종식 후 폐지된 의무 복무제를 부활하는가 하면 여성 징병제까지 공공연히 거론한다. 군주국의 왕실 여성들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최근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의 부인 막시마(54) 왕비가 육군에 입대해 훈련을 소화하는 사진이 화제가 됐다. 그는 “더는 안보를 당연히 여길 수 없다”며 입대를 결심했다고 한다. 스페인의 레오노르(21) 왕세녀와 벨기에의 엘리자베트(25) 왕세녀도 2023년부터 장교 양성 학교에서 항공기 조종 등 군사 교육을 받고 있다.
2월2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군사 지휘관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로 개발된 신형 소총을 수여했다. 눈길을 끄는 건 김정은의 딸 김주애가 가죽 코트 차림으로 소총을 조준 사격하는 모습의 사진도 공개된 점이다. 이와 관련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김주애가 총도 쏘는 법을 알고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음을 암시했다”고 해석했다. 왕이나 다름없는 권력자의 자녀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제대로 실천하려면 유럽 공주들처럼 아예 군복을 입고 정식 훈련을 받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