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칼럼] 큰 정부 경제체제의 허실

韓, 정부 시장개입 확대 움직임
단기적 가격 안정 효과 있지만
투자 유출 등 저성장 부작용도
내수 회복·불평등 완화 노력을

한국 경제는 큰 정부 체제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큰 정부는 시장경제하에서 정부의 시장개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경제체제를 의미한다. 큰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강력한 보호무역정책을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주택 거래 허가나 차별과세 등을 통해 시장개입을 늘리고 있다. 큰 정부 경제체제가 어떻게 선택되고 그 비용은 무엇인가는 한국 경제를 전망하고 해법을 마련하는 데에 있어 중요하다.

큰 정부는 대부분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저성장이 고착화되거나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시장에 대한 도덕적 불신이 커질 때 선택된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믿음에 대한 반작용이며 저성장, 양극화 그리고 민주주의 정치가 결합된 구조적 경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부의 불평등 심화와 실업의 증가로 시장경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민주적 선거에 의해 국민에 의해서 선택된다는 특징을 가진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큰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가격을 안정시키거나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그대로 있어 장기적으로 그 비용은 더 커지게 된다. 자본 자유화된 경제에서 과도한 정부 규제는 기업 투자와 인적자본의 해외 유출을 늘리고 기업의 국내 투자를 감소시켜 경제를 저성장 함정에 빠지게 한다. 실업을 줄이고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늘릴 경우 늘어난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국채 발행 증가로 재정적 인플레이션도 발생하게 된다. 환율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자국 통화가치가 낮아질 경우 미국 달러 선호로 통화 대체가 발생할 수도 있다. 결국 큰 정부 경제체제는 저성장, 고물가, 고환율 그리고 금융자본과 인적자본의 유출을 초래하게 한다.



이러한 비용 때문에 다양한 대응책이 제시되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한 미국 시카고 대학의 라구람 라잔 교수는 ‘자본가로부터 자본주의 구하기’에서 자본가들의 과도한 이윤추구 행위가 불평등을 심화시켜 큰 정부를 불러온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MIT 대학의 다론 아제모을루 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이익집단의 로비에 의해 선택된 착취적 제도가 경제적 불평등과 저성장을 심화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 제도의 혜택이 특정 이익집단보다 모든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는 포용적 제도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그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해 왔지만 중국의 추격으로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저성장과 고실업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 과도하게 늘어난 시중 유동성과 불공정한 과세 제도로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기업 투자 환경이 악화되면서 해외 직접투자와 미국주식 투자가 늘어나 환율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시장실패와 지나친 이윤추구의 도덕적 문제를 비판하면서 시장개입을 늘리고 있다. 앞으로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을 경우 해외투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저성장, 양극화로 큰 정부 선택의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큰 정부 경제체제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같은 외부적 압력이 있기 전에는 내부적 장치에 의해 스스로 시장경제 체제로 복귀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 경제가 큰 정부로 이행하는 것을 사전에 막고 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성장률을 높이고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 통화당국은 과잉 공급된 시중 유동성을 줄이고 정부와 국회는 과세 기준을 보유주택 합산 금액으로 변경해서 주택 가격을 안정시켜 부의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게 구축된 노동, 세금 등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해 해외투자를 국내 투자로 전환해 내수를 회복하고 성장률을 높일 필요도 있다. 자본가를 비롯한 이익집단도 과도한 이윤추구보다는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에 관심을 가져서 국민의 큰 정부 선호 경향을 낮추도록 해야 한다. 저성장과 불평등을 심화시킨 제도는 개선되어야 하지만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은 큰 정부의 부작용과 비용을 크게 한다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