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맞서는 의협, 집행부 중심 투쟁 유지

대의원총회서 ‘비대위 설치’ 부결
‘의정협의체’ 만들어 정부와 대화
의·정갈등 재연 가능성 희박해져
의료개혁·전공의 불만 수습 과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설치를 추진했으나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부결됐다. 의협은 대정부 투쟁 기조를 유지하겠단 입장이지만, 정부와 의정협의체를 구성해 의료계 현안 관련 대화를 이어가기로 한 만큼 의?정갈등이 재연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분석이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뉴시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전날 열린 대의원회에서 비대위 설치 안건을 상정했지만 반대 97표, 찬성 24표, 반대 4표로 최종 부결됐다. 의협은 김택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집행부와 범의료계 대책위원회(범대위) 체제를 유지하면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대응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달 향후 5년간 의대 정원을 연평균 668명 늘린다고 밝혔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협이 비대위로 전환하지 않고 현 집행부 체제를 유지한 점을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사실상 ‘재신임’을 하면서 김 회장 집행부가 정부와의 논의에서 끝까지 책임을 다하라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집행부에 책임을 직접 묻기 위한 탄핵 요구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김교웅 대의원회 의장은 총회 직후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회원들의 강한 불만이 크다. 총회에 참석한 전공의들의 분노도 컸다”며 “총회가 개최된 것 자체가 집행부와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새로운 비대위를 만들어 힘을 분산하기보다 기존 체계를 중심으로 힘을 모으자는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합법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했다.

대의원회도 의정 협의체 등을 통한 합법적 투쟁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을 요구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현재 보건복지부가 협회가 제안한 의정협의체 구성에 대해 수용 입장을 밝히고 3월 출범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새롭게 가동될 의정협을 통해 필수의료 및 기피과 적정 보상,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책 법제화, 면허취소법 등 현안 개선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의협이 현 집행부 체제로 정부와 의정협의체를 통해 대화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의?정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더 줄어든 모습이다. 다만 의료계는 정부가 지속해서 추진 중인 의료개혁 대응과 함께 전공의 등 각 직역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을 수습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