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대적인 공습을 개시하며 중동 일대 긴장감이 높아지자, 산업계는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산유국이 몰려 있는 중동 지역의 혼란으로 유가가 치솟고, ‘에너지 요충지’인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길어지면 세계 해운뿐 아니라 에너지 시장이 큰 타격을 입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가에 민감한 정유·석유화학 기업은 유가와 정제마진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 중이고, 항공·해운 업체는 영공 폐쇄와 해운로 봉쇄 대비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1일 정유·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 선물시장이 휴장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장외 선물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75.33달러까지 올랐다. 전날 종가 대비 약 12%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주말 이후 이란 공습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사망 등의 여파가 시장에 닥치면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주요 에너지와 산업 원료인 원유 가격이 오르면 관련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에 따르면, 유가가 10% 오를 경우 기업 원가는 평균 0.38%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이번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비상 대응체제에 돌입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과거 이란 쪽 상황이 심상치 않아 꾸준히 상황을 점검 중이었다”며 “이번 사태의 경우 주요 원유 운송로인 호르무즈해협 봉쇄 이야기가 나와 상황을 더욱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운업계는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대비책을 마련하느라 바쁘다. 걸프 해역(페르시아만) 입구에 있는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20∼30%를 차지한다. SK해운, 팬오션 등 유조선과 벌크선박에 주력하는 국내 해운사들에게도 호르무즈해협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이전에는 중동 위기 발생 시 미국과 영국 연합군의 호위 아래 콘보이(호송대) 형식으로 선박을 운용했지만, 이번에는 미국의 직접 개입으로 기존 방식의 대응이 어려워졌다. 해운업체들은 항로 우회·변경 등 비상계획을 점검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 중이다.
이란과 이라크, 아랍에리리트(UAE),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 중동 국가에 진출한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한화그룹, 현대차그룹은 중동 주재원 안전 확인과 지역 법인 피해 여부 점검에 나섰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중동시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많은 국내 기업이 현지에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며 “이번 이란사태가 확산할 경우 국내 기업들에게 작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