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협상 쳇바퀴에 기습 타격… 트럼프식 ‘힘을 통한 평화’ 공고화 [이란 하메네이 사망]

이란 허 찌른 美
베네수엘라 마두로 전격 체포 등
집권 2기 들어 8번째 군사 행동

트럼프 “이란 시간끌기” 판단
헤즈볼라 등 계속 지원도 불만
체제 전복 뒤 친미정권 노림수

정치적 위기 속 선거 앞 승부수
전쟁 장기화 경우 역풍 불 수도
FBI, 보복 우려 테러 경보 격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힘을 통한 평화’ 기조가 더욱 과감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했다. 이번에는 핵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자 이란을 전격 공습하고, 이란의 신정 체제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까지 사살한 것이다.

마러라고 회의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두번째)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 위치한 자신의 저택에서 존 래트클리프 CIA 국장(왼쪽),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세번째),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네번째)과 회의를 하고 있다. 지난해 이란 공격 당시 빨간색 ‘MAGA’ 모자를 썼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는 USA가 적힌 흰색 모자를 썼다.백악관 제공

◆결정적일 때 무력 사용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전격적인 이란 공습 15시간 만에 하메네이의 죽음을 알렸다. 그는 지난해 6월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 핵시설 3곳을 벙커버스터 등으로 타격하고, 1월에는 베네수엘라를 공격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뉴욕의 법정에 세웠으며, 이번 이란 공습과 하메네이 사살까지 잇따라 선제적 무력 사용에 주저함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24년 대선 선거 운동 기간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에 대한 군사 개입을 자제하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힘을 통한 평화’를 말했는데, 이번 공습으로 집권 2기에만 8번째 군사 행동을 지시하면서 결정적인 사안에서는 후자로 기우는 모습이 역력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 핵협상을 하던 중이었다.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수차례 협상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협상이 끝난 뒤 쿠슈너의 보고를 받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게임, 술수, 시간 끌기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믿게 됐다고 시사주간지 타임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수십년간의 핵무기 개발 야망을 진지하게 포기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했으며, 우라늄 농축 능력의 범위를 왜곡하고 있다고 봤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미 언론에 협상에서 이란이 불성실했다는 점을 다방면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 능력과 첨단 원심분리기 개발 능력을 축소해 설명하고 있다고 의심했다. 한 협상 세션에서 이란 당국자들은 민간 핵 프로그램에 관한 7쪽 분량의 계획안을 제시했지만, 그 문서를 회의실 밖으로 반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아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샀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이 중동 내 헤즈볼라 등 ‘저항의 축’ 지원을 계속하는 데에도 불만을 제기했다. NYT는 지난달 복수의 안보 당국자를 인용해 “테러리스트 간 교신인 ‘채터’가 증가했다”며 “이란이 유럽 등지에 있는 테러세력과 협력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공군 전력 등을 중동 해역에 집결시키며 협상 결렬에 대비한 ‘플랜 B’로서 군사력 사용 가능성에도 대비해왔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군사행동이 사실상 ‘플랜 A’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의도는 협상 우선보다는 정권 전복이었으며 공격의 명분을 찾고 있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이란에 친미 정권 원하나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하메네이 사망을 발표하며 “이란 국민이 그들의 나라를 되찾을 수 있는 단 한 번의 위대한 기회”라고 언급했다. 이번 군사 작전의 최종 목적이 이란 신정 체제의 종식에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란의 체제 전복을 거듭 촉구하는 것은 결국 이란에 친미 정권이 들어와야 한다는 인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베네수엘라와 마찬가지로 이란도 산유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남미와 중동의 대표 산유국이 반미 정부를 가진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이번 공습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의 정치적 위기를 타개할 승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먼저 강경 대외정책 기조가 ‘힘을 통한 평화’ 기조를 선호하는 공화당계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은 해외 개입을 선호하지 않아 이를 마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체제 전복이 뜻대로 되지 않고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미군 피해가 커질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짊어져야 할 정치적 부담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마가는 전쟁 장기화와 미군 피해를 들어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을 극도로 싫어한다.

 

하메네이 사망 후 미국인을 상대로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테러 경보를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