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에서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조국혁신당 등 진보 4당의 도움을 받아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법)을 모두 ‘1일 1법안’ 식으로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은 5일부터 약 한 달간 열리는 3월 임시국회에서 검찰개혁 완수를 위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법 등을 처리할 방침이지만 진보 4당이 범여권 공조의 선결 과제로 정치개혁 입법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 변수다.
국회는 지난달 28일 저녁 본회의를 열고 법원조직법 개정안(대법관 증원법)을 민주당 등의 주도로 의결했다. 이로써 지난달 25일 범여권 주도로 형법 개정안(법왜곡죄) 상정을 시작으로 이뤄졌던 ‘사법개혁 3법’ 처리 정국이 마무리됐다.
대법관 증원법안은 현행 14명인 대법관 수를 3년간 매년 4명씩 순차적으로 늘려 26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시행은 법 공포 후 2년 후부터다. 법왜곡죄법은 형사사건에 관여하는 판사와 검사 등이 타인에게 위법·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재판·수사 중인 사건에 관해 법을 왜곡하면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한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달 27일 처리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재판소원법)은 법원 재판을 헌법소원심판 청구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헌재가 대법원 판결도 위헌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했다. 구체적인 청구 요건은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한 경우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다.
헌재가 법원 재판을 기본권 침해의 원인으로 판단할 경우 법원은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해야 한다. 재판소원은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하며, 헌재는 직권 또는 청구인 신청에 따라 선고 시까지 판결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 지정재판부 재판관 전원이 헌법소원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각하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해당 법안들에 대해 국민의힘은 ‘사법파괴 악법’(송언석 원내대표)이라 부르며 필리버스터에 나섰지만,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시작 다음날 180석이 넘는 범여권 의석수를 바탕으로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키고 법안을 처리하는 식으로 관철시켰다. 범여권은 지난해에도 검찰청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하급심 판결문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내란재판 특별재판부 설치를 핵심으로 하는 내란재판부 설치법안 등을 국민의힘 반대 속 같은 방식으로 처리한 바 있다.
민주당은 3월 국회에서도 법안 처리 속도를 끌어 올릴 계획이다.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진보 4당이 범여권 공조 선결 과제로 정치개혁 입법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 변수다. 민주당 의석수는 162석에 그쳐 단독으로 필리버스터 종결이 어렵다. 일부 정당에서는 민주당이 이날까지 정치개혁 과제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을 경우 필리버스터 종결에 협조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월부터 매주 본회의를 열어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민주당으로선 부담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진보 4당은 △3~5인 중대선거구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비례대표 의석 30% 확대 △자치단체장 결선투표제 도입 등 정치개혁 과제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 입장을 요구했다. 답변 시한은 이날까지로 제시했다. 민주당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는 원론적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