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MMCA, 국현) 관장은 상반기 ‘국제 거장전’의 일환으로 준비 중인 데이미언 허스트(61)전을 둘러싼 우려와 논란에 대해 설명하다가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이자 세계적 아티스트인 “백남준 선생의 느낌이 찌르르하고 오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허스트에 대해서도 “머리가 보통 좋은 사람이 아닌데, 아마 사업을 했어도 손꼽히는 사업가가 됐을 것”이라고 같은 평을 내놓기도 했다.
국현은 현대미술작품의 수집 및 보존, 전시와 연구, 각종 미술활동 보급을 주도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 국현의 수집 및 보존 사업이나 각종 전시와 연구는 많은 한국 작가는 물론 각종 갤러리와 화랑, 공사립 미술관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이나 방향을 선도하거나 제시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올해 국현의 주요 사업 방향과 계획은 어떻습니까. 준비는 잘되고 있는지요.
“‘모든 국민에게 사랑받는 미술관’이라는 모토 아래, 국현은 국민 모두가 훌륭한 미술 및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게 하고 한국의 미술 문화를 해외로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다양한 계층의 관람객이 올 수 있도록 교육동을 새로 오픈, 자녀를 둔 가족이 많이 방문하고 있는데요. 올해에는 우선 국민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도 해외 유수의 미술관에서나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국제 거장전’을 기획, 준비 중입니다. 우수 콘텐츠를 지역 미술관에게 공개해 더 많은 지역 주민들이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MMCA 지역동행’ 프로젝트도 추진할 예정이고요. 아울러 작품의 수집 및 보존에 관심이 많은 청년을 보존 전문가로 교육하고 양성하는 프로그램 ‘MMCA 보존 학교’도 적극 진행할 예정입니다.”
―특히 올해 국제 거장전인 데이미언 허스트 회고전을 두고 벌써 많은 기대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데이미언 허스트는 워낙 이슈몰이를 많이 해서 미술계에선 호불호가 확 갈리는 작가입니다. 우선 1990년대 세계 미술계의 흐름을 주도했던 ‘영 브리티시 아티스트’(YBA) 역사에서 중심에 서 있던 작가이죠. 어떻게 보면 이상하고 해괴한 짓으로 ‘미술계의 악동’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저는 이 작가가 사회 안에서 예술 실험을 해 나가는 작가라고 봅니다. 허스트는 자신의 작품을 팔아 형성한 자산으로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사기도 했어요. 컬렉션이 1000점이 넘는데, 비영리 갤러리를 만들어 무료로 전시를 하고 있지요. 그는 현대미술사의 살아 있는 전설이라 할 만합니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양쪽의 시각으로 다 봐야만 진면목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전시 기획은 서울관을 비롯해 각 관에서 큐레이터들의 발의를 바탕으로 학예실 전체 회의를 통해 결정하게 됩니다. 허스트의 경우 이미 큐레이터들이 관심을 보냈던 작가 가운데 한 명이었어요. 저 역시 허스트를 다른 프로젝트에서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국현의 리스트에 있다면 재임 시절 한번 해보자고 해 열게 된 것입니다.”
―취임 이후 2년 반이 됐는데, 국현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왔고, 어떤 성취나 보람이 있었는지요.
“미술관은 기본적으로 전시와 소장품 수집 및 관리, 교육 세 기능을 수행하게 됩니다. 저는 이 세 가지 기본 기능이 제대로 그리고 건강하게 작동이 되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폈어요. 먼저 전시는 보완할 것이 없는지를 살폈고, 이를 통해 상반기에는 국제 거장전을, 하반기에는 해외 관람객과 컬렉터 등을 겨냥해 한국 미술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원로전을 비롯해 한국 작가전을 기획했죠. 지난해 미술관을 찾은 시민은 모두 346만1907명으로, 전년도보다 115% 늘어난 역대 최다 관람객을 기록했죠. 정부도 이전 사업의 의미와 성과를 인정해 ‘국제 거장전’과, 지역 주민들에게도 수준 높은 미술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MMCA 지역동행’ 사업의 예산을 올해부터 각각 40억원과 50억원씩 새롭게 배정, 지원해줬고요. 소장품 수집 및 관리의 경우 국현이 갖고 있는 정체성과 맞으면서도 그 위상을 높이기 위해 어떤 컬렉션을 가져야 되는지를 봤습니다. 해외 컬렉션이 전체 컬렉션의 7∼8%밖에는 안 됐는데, 후원회 기증을 통해 유명 작가의 작품 19점을 기증받기도 했지요. 교육 역시 작년에 교육동을 만들어 교육 역량을 크게 확장했고요.”
―미술관 입장료 인상을 놓고 여러 의견이 나오는데, 입장은 어떠신지요.
“저희도 여러 고민을 합니다만, 입장료는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결정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지난해부터 상설전도 입장료를 받는 등 전면 유료화를 도입했는데, 이 때문에 전시와 관람의 질이 향상됐지요. 저항감도 없었고요. 더구나 5세 이하 아동이나 65세 이상,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겐 무료 정책을 병행하고 있고, 다자녀 가정 등에는 할인 혜택도 주는 등 합리적이고 탄력적인 입장료 정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1958년 서울에서 1남2녀의 막내로 나고 자란 김성희는 1999년 여섯 명의 후원자와 함께 비영리 대안 공간 ‘사루비아다방’을 만들고 1년간 디렉터로 활동했다. 이대 조형예술대학원에서 조형예술학 박사학위를 받고 홍대 미술대학원 교수로 부임했다. 광주비엔날레 특별전(2000년) 큐레이터와 국제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2007년) 본전시 커미셔너 등을 역임했고, 공모와 심사를 거쳐 2023년 9월, 3년 임기의 국현 관장에 취임했다.
―젊은 시절 세계적 아티스트 백남준 선생과 인연이 있었는데, 백 선생 모습 가운데 특별히 기억나는 게 있는지요.
“젊은 시절, 백남준 선생의 누나가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미건 갤러리에 합류하게 되면서 백 선생을 만났습니다. 당뇨를 앓고 있던 백 선생은 딱딱한 신발을 신지 못했어요. 실내화처럼 바닥은 고무로 돼 있는, 헝겊으로 싼 신발만 신었지요. 칠부 바지처럼 통이 큰 바지를 입었고, 눈에 띄는 멜빵을 했어요. 큰 시계를 멜빵바지에 달기도 했고요. 백 선생은 자기 마케팅도 하실 줄 아는 분이셨어요. 많은 기자 앞에서 영어 발음을 일부러 독일식으로 하기도 했고, 제45회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받을 때에도 수상 전날까지 평론가들을 만나러 다니며 마케팅을 했으니까요. 백 선생의 이런 부문들은 허스트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부문이지요.”
김성희 관장은 오전 7시쯤 일어나서 아침을 ‘심플하게’ 먹은 뒤 근무시간보다 20, 30분쯤 전에 사무실에 도착한다. 간단히 기도를 한 뒤 회의와 면담, 미팅 등 분주하면서도 ‘심플하게’ 공무를 수행한다. 저녁에 업무가 없을 때에는 퇴근해 집에서 쉬지만, 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각종 모임에 참여해 다양한 활동을 하기도. 성실한 직무 수행을 위해 일주일에 두세 번은 집 근처 피트니스에서 운동을 한다. 퇴임 이후의 계획을 묻자, 그는 “지금은 너무 바빠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웃었다.
“지금은 3월 데이미언 허스트전이나 9월 서도호전 등의 전시기획 준비만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무엇보다 이곳의 공직을 잘 마무리해야 합니다. 지금은 이후의 삶에 대한 계획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김성희 관장은…
●1958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동양화과 졸업 ●동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 조형예술학 박사 ●비영리 공간 ‘사루비아다방’ 디렉터 및 사단법인 ‘캔파운데이션’ 기획이사 ●광주비엔날레 특별전(2000년) 큐레이터 및 국제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2007년) 커미셔너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 ●한국예술경영학회 이사 및 부회장, 국립현대미술관 운영자문위원 등 역임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장(2023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