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하루 종일 궁금한 양초

강우근

하나의 불이 꺼질 때 나의 영혼이 어디로 옮겨 가는지 궁금해

내가 희미해질 때 왜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얼굴은 전부 검게 물들어가는지

내가 사라질 때 또다른 빛을 보는 아이들의 표정은 얼마나 생생할까

어디선가 달리고 있을 아이들은 모래알처럼 빛이 날까, 초원의 풀처럼 자꾸만 솟아날까

용기가 없는 사람의 용기가 정말로 궁금해

잠들기 싫은 날에 나를 오래도록 켜놓은 사람의 다음 날이

힘을 내려고 밥을 푹푹 떠먹는 사람의 아침 인사가 궁금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이 하얀 연기는 내가 말하는 방식일까, 당신이 말하는 방식일까

사람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나를 자꾸만 피운다

나는 당신에게 몇분의 기억이 될 수 있을지

당신이 읽는 책의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

당신이 울면서 했던 기도가 이루어졌을

세계에서 당신이 지을 환한 미소가

내 집 탁자 위에도 몇 개의 초가 있다. 선물로 받은 향초도 있고 성당에서 얻은 밀랍초도 있다. 서랍 속 희고 기다란 제수용 초도 있다. 때마다 잠시 잠깐씩 불을 밝히지만 평상시에는 검은 심지를 구부린 채 잠자코 있을 따름이다. 먼지를 뒤집어쓰고도 별다른 표정이 없다. 알고 보면 갖가지 궁금증을 품은 시 속 양초처럼, 나의 초들도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우리가 하나의 불을 찾아 켤 때, 초의 영혼을 부를 때, 그럴 때 우리는 대체로 어둠에 휩싸여 있다. 희망도 용기도 잃고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은 내일을 걱정하느라 잠들지 못하는 밤일지도 모른다. 초를 앞에 두고 울면서 기도하는 밤. 그 기도는 이루어질 수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누군가 귀 기울여 기도를 듣는다는 것. 그가 우리의 다음 페이지를 궁금해한다는 것. 환한 미소를 기다린다는 것.

 

탁자 위에 묵묵히 선 초를 본다. 나를 궁리한 내 초의 영혼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