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세상] 담합으로 밀가루값이 폭등했다고?

2021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대형 육류 가공 회사에 대한 가격 담합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소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시장의 55∼85%를 차지한 4개의 대형 육류 가공 회사가 폭리를 취해 육류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판단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육류 가격 상승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 공급망 차질을 비롯해 당시 실업수당 등 경기 부양책이 원인이며 수사와 규제가 산업 불안을 키워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육류 가격의 상승을 막지 못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소고기 가격은 이후에도 꾸준히 상승해 2021년 1월 대비 2026년 1월 약 29%가 올랐다.

 

지난달 검찰은 밀가루 등 민생과 밀접한 품목에서 수년간 담합을 벌여 가격을 교란한 업체 관계자들을 대거 재판에 넘겼다.

 

안경준 사회부 기자

검찰은 이들의 담합행위 기간 밀가루 가격은 최고 42.4%, 설탕은 66.7% 올랐다고 밝혔다. 특히 나희석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는 원맥 가격이 하락한 이후에도 높은 가격이 유지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들의 담합행위가 밀가루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이를 두고 브리핑 현장에서는 “담합이 소비자 구매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검찰은 담합 규모 산정을 기업간거래(B2B)로 파악했다고 했는데, 이러한 담합이 빵·라면 등의 가격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자료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나 부장검사는 “영향은 있지만 시간차를 두고 반영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제분업체들이 짬짜미를 통해 밀가루 가격을 올리면 빵·라면·과자 제조업체는 추후 높아진 가격을 반영해 생산한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게 된다. 어느 단계에서든 공급자가 경쟁하지 않고 가격과 유통량을 정하면 최종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간다. 담합은 시장 경제 질서를 교란하는 병폐가 맞다.

 

우려되는 점은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 발표 이후 물가 상승의 주범을 담합으로 규정한 여론이다. 그러나 폐쇄된 시장이 아니라면 담합만으로 큰 가격 변동이 일어나기는 어렵다. 아울러 가격 형성은 인건비, 물류비, 에너지 비용 등의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밀가루 가격 상승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검찰은 소비자지수를 근거로 2021년 대비 2025년 7월 밀가루 가격이 22.7% 상승했다고 발표했는데,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경제통계(FRED)에 따르면 미국 역시 같은 기간 밀가루 가격이 약 24.89% 올랐다. 유로존의 밀가루 소비자물가지수(HICP)를 따져봐도 같은 기간 29% 정도 오른 수치가 나타났다.

 

담합 수사 이후 정부가 물가 안정을 압박하자 최근 제빵업체 등까지도 제품 가격을 줄줄이 내리는 모양새다. 검찰의 수사 결과가 B2B 시장 중심이었기에 이들은 담합의 직접적인 피해 업체로 드러났지만 가격 조정에 동참했다. 밀가루 가격 상승분이 시간차를 두고 반영이 됐다면, 정부의 엄포에 담합 적발로 인한 밀가루 하락분은 즉각 반영하게 됐다. 담합만큼 경계해야 하는 것이 가격 통제로 인한 부작용이다. 과거 불공정 거래 단속에도 물가가 안정되지 않은 사례가 여럿 있었다. 이유는 잘못된 원인 진단과 이로 인한 시장 왜곡이었다. 담합 수사가 성공적인 물가 안정으로 이어지려면 원인 분석과 시장 개입은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