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방의원 사실상 ‘상명하복’ 인선 넘어 의정활동 깊숙이 관여 국회의원 보좌관까지 ‘상왕’ 노릇
“A 국회의원이 의장 선출을 앞두고 구의회를 방문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B 구의원은 2024년 8월 서울의 한 구의회 본회의에서 원구성과 관련해 “상대당이 협치의 원칙을 깨뜨렸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발언했다. 그는 상대당 소속 A 국회의원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며 (의장단) 경선 전반에 대해 감독했다는 사실을 알고 본 의원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했다.
이는 해당 구의회 회의록에 기록된 내용이다. 비록 상대당과의 정쟁 중 거론된 것이지만 지역·당협위원장을 겸임하는 국회의원이 지방의회의 원구성에까지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일 현직인 9대 서울 25개 자치구의회 회의록 내에서 각 지역구 국회의원 이름을 검색해 분석한 결과 원구성 개입뿐 아니라 사실상 상명하복인 국회의원과 구의원 간 관계가 여러 대목에서 드러났다. 기록으로 남는 의정활동에서조차 ‘국회의원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는 것이다.
일부 구의원은 스스로 국회의원의 ‘지시’를 받아 특정 일을 했다고 아무렇지 않게 밝혔다.
2022년 12월 한 구의회 상임위원회 회의에선 C 구의원이 지역 내 특정 구간의 보도 폭이 좁아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국회의원님께서 조사를 해 보라고 해 가지고 제가 현장조사를 다 했다”고 언급했다. 2024년 11월 다른 구의회 회의에도 D 구의원이 지역 보훈단체 회원에게 지급되는 수당을 상향한 사실을 거론하며 “당초 2024년도 예산에는 없었으나 이 지역 국회의원님께서 민원을 들으시고 제게 말씀하셔서 의원 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이 사실상 시켰다고 하더라도 그게 지역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그 자체가 큰 문제가 되는 건 아닐 것이다. 다만 일부 구의원 발언에선 지역주민의 실익보다는 국회의원의 ‘심기’를 의정활동 기준으로 삼는 듯한 모습도 엿보였다.
지난해 6월 한 구의회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E 구의원은 구 관계자에게 특정 사업 관련 토지 수용 절차와 관련해 “국회의원님도 현장을 가 봤는데, 그 사업이 지금 언제 건데 지금도 안 되고 예산만 계속 늘어난다며 계속 화를 내셨다”며 “그런 걸 염려해서 신경 좀 써달라”고 했다.
한 구의원은 국회의원이 본인에게 지역 일에 대해 물었을 때 답을 제대로 못한 사정을 들면서 구에 꼼꼼한 보고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4월 F 구의원은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구 관계자에게 이와 관련해 “국회의원께서 지역사업에 대해 여쭤보는데 제가 답변을 못 했다. 이런 중요한 사업들이 변경이 있으면 최소한 (보고를 해줘야 한다)”이라며 “(당에서) 이 상임위 위원이 저 한 명인데 제가 대답을 할 수 없지 않냐”고 다그쳤다.
국회의원뿐 아니라 그 보좌관까지 의정에 관해 구의회에 사실상 ‘군림’하고 있다는 언급도 회의록에 남았다. 2023년 7월 구의회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G 구의원이 상대당을 비난하면서 “H 국회의원 보좌관이 들들 볶는다는데 그런 식으로 구의회에 상위 의원이나 기관에 있는 사람들이 개입한다는 말이 들려서야 되겠냐”고 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의정활동 중에도 사실상 국회의원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구의원들도 있었다.
I 구의원은 2024년 6월 구의회 본회의에서 소속 정당 국회의원을 비난하는 상대당 현수막에 대한 구청 조치를 문제 삼으며 “대통령 부부 비판, 구청이란 단어조차 비방이라는 게 구청의 판단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상대당에서 게시한) ‘학교 폭력 ○○○(국회의원 이름) 해명하라’ 현수막은 비방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구청 측에 상대당 위원장에 대한 의전이 과도하다며 공격수로 나선 경우도 있다. J 구의원은 2023년 6월 구의회 본회의에서 “타 지역에서 선출된 국회의원으로서 단지 지역위원장 자격으로 관내 행사에 참석한 것일 뿐이다. 구민이 선출한 (우리 당) △△△ 국회의원님과 동일 선상에서 대우받고 나아가 특혜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