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 등 ‘사법 3법’을 일방 처리한 뒤 법조계에선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법왜곡죄(개정 형법)와 재판소원(개정 헌법재판소법)의 경우 이달 중 정부가 법률을 공포하는 즉시 시행되면 사건 폭증과 관련 규정 미비로 인해 현장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터져나온다.
채용 합격 소식을 전한 지 4분 만에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고 채용 취소를 통보한 건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왜곡죄 시행 함께 고소·고발 폭증할 것”
2일 국회 등에 따르면 법왜곡죄를 규정한 개정 형법의 부칙을 보면 해당 규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된다. 과거에 이뤄진 법원 판결이나 검경 수사에 대해 소급 적용이 되진 않는다. 하지만 법 시행 직후부터 고소·고발이 폭주하고 판·검사의 업무 수행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법왜곡죄는 형사사건 재판에 관여한 법관, 공소를 제기하거나 유지한 검사 또는 수사 담당자가 의도적으로 법령을 왜곡하거나 증거를 은닉·위조해 재판 또는 수사에 사용했을 경우 최대 10년간 징역형과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법조계에선 “민주당에서 법 왜곡 행위를 구체화하는 내용으로 법안을 수정했지만 여전히 내용이 추상적이고, 탄핵 절차 없이도 사실상 파면에 가까운 처벌을 받는다는 점에서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 위헌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재판소원제 도입으로 법원 확정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이 가능해지지만 당장 재판소원의 성립요건에 대한 세부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개정법에 따르면 법원 재판이 ‘헌법·법률’이나 ‘헌법·법률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심리가 이뤄져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재판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구성 요건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란 지적이다. 당분간 헌재에서 사건 폭증을 감당하며 각하 요건 등 기준을 세워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판소원으로 형사·민사·가사·행정 등 각종 판결에 대한 효력은 즉시 중지가 되는 것인지 명확한 규정도 없다. 당사자들의 재산·권리관계와 형 집행 등에서도 혼란도 불가피한 것이다. 아울러 재판소원 증가에 대비해 헌법재판관 등 헌재 인력 확대도 필요할 수 있다.
대법관 증원(14명→26명)으로 인한 하급심 부실화도 눈앞에 다가왔다. 대법관을 12명 늘리면 재판 실력을 갖춘 중견 법관 100여명은 대법관을 보좌하는 재판연구관으로 차출해야 하고, 하급심엔 그만큼 법관 수가 부족해져 재판 지연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운영 방식 변경, 늘어난 대법관과 재판연구관을 수용할 대법원 청사 공간 마련 등도 난제다.
◆합격 통지 4분만에 문자로 ‘채용 취소’… 법원 “부당 해고”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진현섭)는 핀테크 기업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채용취소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사는 2024년 온라인 구직사이트에서 글로벌 전략과 사업개발 담당자를 모집하는 채용을 진행했다. B씨는 같은 해 6월4일 11시56분 문자로 합격을 통보받은 뒤 “감사합니다”라는 답과 함께 주차 등록이 가능한지, 급여일은 언제인지 등을 문의했다. 그러나 A사는 4분 만인 오후 12시 “채용을 취소하겠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B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구제신청을 했고, 지노위는 채용 취소가 부당하다며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A사는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이에 A사는 행정법원에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상시근로자가 5명 미만이며, B씨가 자사의 근로자로 채용된 것이 아니라 일본 도쿄 소재 주식회사의 전문경영인으로 채용될 예정이기에 근로계약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사와 A사 자회사가 사무실 공간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인력을 중복으로 고용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두 회사가 하나의 사업장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에 상시근로자가 5명 미만인 사업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