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2일 세계 주요 증시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최근 역대급 상승세였던 코스피의 향방도 시계 제로다. 다만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중동 전쟁의 증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정부는 그간 일부 조사에 그쳤던 농지 이용 실태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증시에 훈풍이 불고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2%에 달할 전망이지만 지난해말 적자가구 비율은 6년 만에 최고를 기록해 가계 살림은 여전히 팍팍했다.
◆코스피 발목 잡히나
2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아시아 주요 증시는 이날 중동 사태 여파로 대부분 하락 개장했으나 장 후반 낙폭을 줄여나갔다. 한국 증시는 휴장했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장중 2.7%까지 급락했으나 전 거래일 대비 1.35% 내린 5만8057.24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47% 오른 4182.59에 마감했다.
직격타가 예상되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증권거래소(ADX), 두바이 금융시장(DFM), 나스닥 두바이는 금융시장 불안을 이유로 일시 휴장했다.
유럽 증시도 하락 출발했다. 2일 오전 11시30분(현지시간) 기준 유로존 대표 주가지수인 유로 스톡스(STOXX) 50은 -1.90%를 기록했다. 독일 지수(DAX)는 1.72%, 프랑스는 1.55% 떨어졌다. AFP통신은 “런던 증시는 군사 장비 제조업체인 BAE 시스템즈의 주가가 7% 이상 폭등한 덕분에 0.8% 하락하며 상대적으로 영향이 작았다”고 전했다. 이날 유럽 증시에서는 항공·여행주와 중동 노출도가 높은 금융주들이 타격을 받았다. 반면 에너지·방산·해운주는 일제히 상승했다.
미국 주가지수 선물도 약세였다. 로이터통신은 “2일 미국 주가지수 선물이 1% 이상 하락했다”며 “월스트리트 공포 지수인 CBOE 변동성 지수(VIX)는 3.84포인트 상승하며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글로벌 투자은행은 코스피의 과매수 수준이 과거 닷컴버블 시기와 유사하다며 대규모 조정을 경고했다. 중동 불확실성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면 이런 압력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볼 때 증시는 단기 조정을 받는 데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2020년 1월3일 미국의 이란 공습 때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멈추고 일제히 약세를 보였으나, 1월8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확전을 피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자마자 나스닥은 0.67% 반등했고, 다우지수와 S&P500도 닷새 만에 최고치 행진을 재개했다. 당시 코스피는 공습 이후 첫 거래일인 1월6일 2%대 급락했지만 마찬가지로 수습 국면 소식이 전해지자 1월9일 1.63% 급등하며 하락폭을 만회했다.
2023년 10월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때도 코스피는 10월10일 0.26% 하락한 뒤 이튿날 바로 1%대 상승하며 단기 반등 흐름을 보였다. 이번에도 전면전에 접어드는 최악의 상황만 아니라면 짧은 하방 압력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황을 주시해야겠지만 우려했던 급락이나 급등·붕괴는 없었다”며 “단기 조정의 빌미는 불가피하지만 과도한 공포심리는 자제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수주일 이상 장기화되거나 전면 무력 충돌로 격화되지 않는 한 증시 방향성에 미치는 부정적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번 사태 역시 확전 여부가 핵심 변수”라고 덧붙였다.
◆정부, 첫 농지 전수조사
증시 관련 제도 개선과 함께 부동산 투기 잡기에 나선 정부는 전국 농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처음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농지가 투기 대상이 돼 버렸다”고 지적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농지 전수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정부는 매년 일부 농지를 대상으로 이용 실태를 조사하고 있지만 전체 농지를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지법 위반과 관련한 종합적 전수조사로, 특히 투기 위험군을 강도 높게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전수조사에 나서 농지법 위반행위를 적발하면 엄정하게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투기성 농지는 신속하게 처분하도록 해 농지 처분명령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가 농지 투기에 칼을 빼든 건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농지법은 ‘농지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유·이용돼야 하며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상속받은 농지나 8년 이상 농업경영을 하다가 농사를 짓지 않는 경우 등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번 전수조사에서 농지의 소유·거래·이용·전용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농지 소유자의 농업경영 여부를 조사해 무단 휴경이나 불법 임대차 등을 적발할 계획이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농지나 관외 거주자가 취득한 농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소유자가 농지를 불법 임대하거나 휴경할 경우 해당 농지를 처분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장이 농지 처분을 명령할 수 있다.
농식품부는 2021년 불거졌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신도시 투기 사태를 계기로 매년 농지 이용 실태 조사를 의무화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다만 조사 대상이 전체 필지의 10% 수준에 불과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증시 호조에도 적자 가구는 늘어
코스피 지수가 급등하고 올해 경기전망도 밝지만 지난해 가계 살림까지 고루 온기가 전해지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적자가구의 비율은 25.0%를 기록했다. 적자가구는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많은 가구를 의미한다.
적자가구의 비율은 4분기 기준으로 2019년(26.2%)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누적된 고물가로 가계수지 여건이 악화하는 흐름이란 분석이 나온다.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지출이 더 빠르게 늘어나는 것이다.
적자가구의 비율은 소득분위가 낮을수록 높게 나타난다. 소득 대비 지출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은 58.7%로 전년 대비 1.8%포인트 올랐다. 소득 2분위는 22.4%로 1.3%포인트 올랐고, 3분위(20.1%)와 4분위(16.2%)도 각각 0.1%포인트, 2.9%포인트씩 높아졌다.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5분위에서만 7.3%로 0.9%포인트 낮아졌다.
5분위의 경우 4분기 추석 상여금 지급 등의 영향으로 소득이 크게 늘었지만, 실제 소비에 쓴 비율이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5분위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54.6%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낮아졌는데, 2021년(52.6%)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평균소비성향이 감소한 것은 돈을 더 벌었는데도 그만큼 소비를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