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숨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은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하메네이의 사망을 공식 발표했으며, 이란 국영 TV와 이란국영통신(IRNA)도 지난 1일 오전 이 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40일간의 전국 추도 기간과 1주일간의 공휴일을 선포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공습 당시 하메네이 거처에 30여발의 폭탄을 투하했으며, 이란 국방부 장관과 정예군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사령관, 핵 프로그램 관련 고위 인사 등 지휘부 다수가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적신월사는 지난 1일 현재 최소 201명이 사망하고 74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IRGC는 공습 직후 자국 언론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했다. 이란 정부의 공식 확인은 나오지 않았으나,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선박 운항 정보업체의 자료를 인용해 “2월28일 기준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이 평시 대비 약 70%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몇몇 석유회사와 대형 무역업체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및 연료 운송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20~30%, 액화천연가스(LNG) 수송량의 약 20%가 각각 통과한다. 이란 측은 그동안 ‘봉쇄 위협’ 카드를 여러 차례 언급한 적 있었으나 실제 봉쇄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 에너지·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습 전날인 지난달 27일 국제 원유 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약 2.5% 오른 배럴당 72.48달러로 마감했다. 주말을 맞아 선물시장이 휴장한 가운데 영국의 글로벌 온라인 금융 거래 플랫폼 기업 IG 그룹이 운영하는 개인 투자자용 플랫폼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종가 대비 약 12% 높은 배럴당 75.33달러까지 올랐다.
경제연구기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단기적으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를 수 있으며, 갈등이 주변 지역으로 확산하면 1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하면 연간 약 100억달러의 수입 증가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에 2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약 10% 급등한 배럴당 79.9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장 중 한때 82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WTI 역시 8.2% 오른 72.64달러를 기록 중이다.
우리 정부는 긴급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따른 국내외 경제·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이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향후 중동 상황 전개 양상이 불확실하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사무처장을 반장으로 기획재정부·한국은행·금융감독원·국제금융센터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비상대응 금융시장반’을 즉각 가동하고, 금융시장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한다는 방침이다. 아시아·유럽·미국 등 글로벌 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아울러 필요하면 ’100조원+α’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 등 기존에 마련된 금융시장안정조치(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를 신속히 시행할 예정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중동사태 영향에 취약한 중소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물경제 지원도 이루어질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달 28일 김정관 장관 주재 1차 회의에 이어 지난 1일 오전 문신학 차관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 ‘제2차 실물경제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량의 69.1%를 중동에서 조달하는데, 그중 95% 이상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국 9개 기지에 정부·민간 합산 약 7개월분의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으며, 수급 차질이 현실화되면 비축유 방출 및 대체 항로 확보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항공업계는 중동 공역 불안에 따른 일정 조정과 항공유 가격 상승을 동시에 모니터링하고 있다. SK해운·팬오션 등 유조선·벌크선 운용사들 역시 호르무즈 해협을 대다수 통과하는 노선을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2023년 홍해 사태 후 이미 많은 선사가 아프리카 희망봉을 경유하는 우회로를 이용하고 있어 당장의 물류 혼란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정유·석유화학업계도 대체 항로 및 스폿 물량 확보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각국 주요 언론은 하메네이의 유력한 후계자로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이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NYT는 미 정보당국을 인용해 “라리자니가 하메네이 유고 시 신정체제를 관리할 적임자로 지목됐다”며 “차순위로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마즐리스) 의장이 꼽힌다”고 보도했다.
미 정보당국은 이번 공습으로 이란의 완전한 정권 교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강경파가 집권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밀 폭격은 중동과 전 세계의 평화라는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란의 정권 교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란 역시 중동 내 미군 기지에 대한 보복 공격을 시작했으며 그 결과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수도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태가 유가와 에너지 시장뿐 아니라 미국의 대외 경제정책과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우리 정부의 세심한 대응과 긴밀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현재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선임 사외이사, 금융감독원 옴부즈만, 유가증권(KOSPI) 시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