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인 도정한 대표, 스코틀랜드의 마스터 디스틸러 앤드루 샌드가 가장 한국적인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 모였다. 국내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 ‘기원’은 첫 사명이었던 쓰리소사이어티스(Three Societies)처럼 세 나라의 염원이 모여 시작됐다.
기원 위스키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고추장’이다. 도정한 대표와 앤드루 샌드가 사업 구상 단계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이 함께 먹었던 한국음식 제육볶음이 위스키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이정표가 되었다.
앤드루 샌드는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매콤달콤한 맛’에 주목했다. 그는 낯선 땅 한국의 식문화에서 지표를 찾았고, 이를 위스키 스피릿에 녹여냈다. 기원 위스키는 첫입에 달콤함이 강하게 올라오며 화사하게 피어오르다가, 끝에서 한국적 매운맛으로 마무리된다.
기원 증류소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크래프트’다. 현대의 많은 증류소가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컴퓨터 버튼 하나로 도수와 조건을 조절하는 것과 달리, 기원은 철저히 사람의 손길을 거친다.
앤드루 샌드는 1980년대 스코틀랜드 증류소에서 근무했던 베테랑이지만, 현재 남양주의 기원 증류소는 그가 과거에 경험했던 시설보다 훨씬 더 정밀한 수동 컨트롤을 요구하도록 설계되었다. 작업자가 직접 밸브를 돌리고, 맛을 보며 스피릿을 채취하는 과정은 위스키에 인간의 정성과 감각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이 미세한 차이가 기원 위스키의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이다.
기원 증류소의 위상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2027년, 전 세계 위스키 전문가와 혁신가들이 모이는 ‘월드 위스키 포럼(World Whisky Forum, WWF)’의 공식 호스트로 기원 증류소가 선정된 것이다. 18개월마다 대륙을 돌며 열리는 이 포럼의 10주년 행사가 한국에서 개최된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일본, 스코틀랜드의 전설적인 증류소 관계자들이 기원 증류소에 모여 위스키 산업의 미래를 논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경사를 넘어, 한국 위스키 산업 전체를 세계에 알리는 중대한 기회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 WWF라는 세계적 행사의 중요성을 잘 모르고 있는 탓에 지원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도정한 대표 측은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주류 산업 전반의 발전을 위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화요와 같은 증류주가 해외에서 위스키와 동등하게 평가받는 사례처럼, 한국의 술 전체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판을 키우겠다는 포부다.
도정한 대표의 추진력과 앤드루 샌드의 기술력이 결합한 기원 위스키는 이제 한국 위스키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남양주의 작은 증류소에서 고추장의 은유로 시작된 한국적 위스키의 탐구는 이제 ‘K위스키’라는 거대한 흐름의 진정한 ‘기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