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광화문광장 주말 몸살

서울 광화문광장은 열린 시민 공간의 상징이다. 조선왕조, 일제강점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통치 공간이었던 광화문 일대가 시민 공간으로 변모하는 계기는 역시 김영삼정부의 중앙청 철거다. 역사를 억누르던 건물이 사라지자 경복궁 복원과 광화문 일대 재구성이 모색됐다. 2009년 8월 광화문∼세종로사거리 사이 좌우 양측에 도로가 있는 형태로 광장이 조성됐다. 동서남북이 도로에 둘러싸여 광장이라기보단 ‘섬’이란 비아냥도 들었다. 현재 모습을 갖춘 것은 2022년 8월이다. 서측 도로를 없애고 세종문화회관과 연결하니 명실상부한 광장이 드러났다.

광화문광장과 그 주변이 주말마다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21일 BTS 공연을 앞두고 팬들의 집단 노숙이나 무질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것은 지나가는 해프닝에 불과하다. 주말이면 동화면세점, 서울시의회, 교보빌딩 등을 무대로 벌어지는 시위, 행사에 조용한 날이 없다. 내외국인이 귀청을 찢는 듯한 소음·욕설에 눈살을 찌푸리며 광장을 피했다가 종료 후에나 스멀스멀 나오기 일쑤다. 광장의 레포츠 행사는 왜 또 그렇게 많은가. 1년은 52주다. 지난해 서울경찰청의 ‘오늘의 시위·집회’ 게시물 1년 치를 봤더니 토·일요일 104일 중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집회·시위가 없었던 날은 사흘에 불과하다. 토요일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소란이 벌어졌다.



인근 주민이 고통을 받는 것도 문제이지만, 포시즌, 코리아나, 플라자 등 주변 호텔에 머무는 방문객은 또 무슨 죄인가. 쓰레기천국, 교통지옥도 피할 수 없다. 바가지요금, 거리침뱉기와 함께 ‘관광한국’ 이미지에 먹칠하는 것이 ‘관광1번지’의 난장판이라면 아이러니다.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고 하나 일부의 행사로 대다수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은 언제까지 반복되어야 하나.

정권, 시장(市長)마다 광장이 전리품인 양 치적물을 세우려는 것도 우습다. 이순신에 이어 세종대왕 동상이 세워지더니 한땐 박정희 동상 건립론으로 논란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받들어 총’ 형상이 조성되는 ‘감사의 정원’을 놓고도 갈등이다. ‘넓은 빈터’가 시민이 채우는 조용한 휴식 공간이 되면 안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