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낮추고 비급여 보장 줄여… 진료 횟수로 유불리 따져야 [심층기획]

4월 출시 5세대 실손 들여다보니

도수치료·무릎주사 관리급여 방침
비중증 본인 부담률 30→50% 상향
중증 질환 자기부담 500만원 제한

병원 자주 안 간다면 갈아타기 유리
비급여 치료가 잦다면 기존 유지를

정부, 5세대 유도 ‘보험 재매입’ 고심
“1·2세대, 전환 꺼려 효과 미지수”

“실손보험이 또 바뀐다는데 늦기 전에 4세대로 전환할까요, 아니면 5세대를 기다려야 할까요?”

이르면 올 4월 출시되는 5세대 실손보험의 윤곽이 잡혔지만, 보험금 계산법이 더 복잡해진 데다 4세대 ‘막차’ 마케팅까지 치열해지면서 혼란을 겪는 가입자가 많다. 이번 개편은 보험료를 대폭 낮추는 대신 도수치료 등 흔히 보장받던 비급여 항목의 보험금을 낮춘 것이 핵심이다. 5세대 실손보험은 왜 나오고, 각 상품은 누구에게 적합할까?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5세대 실손보험을 들여다봤다.



◆5세대 실손, 비중증·비급여 보장 축소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은 다음달 출시를 목표로 5세대 실손보험 최종안을 조율하고 있다. 5세대 실손보험의 기본적인 뼈대는 지난해 4월 발표됐지만, 법적 근거 마련 등 후속조치가 이어지는 중이다.

5세대 실손보험은 경증 질환에 대한 과잉진료를 막고 중증 질환은 강력하게 보장하도록 설계됐다. 4세대보다 보험료가 30~50% 저렴한 대신 도수치료, 영양주사 등 반복적인 보험금 청구가 문제였던 비급여 항목 보장은 대폭 줄였다. 비중증·비급여 항목의 본인부담률은 현행 30%에서 최대 50%로 높아지고, 보상 한도도 연간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줄었다. 근골격계 치료·주사제나 미등재 신의료기술도 보장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법률 개정이 예정돼 있다.

대신 암·심장·뇌혈관질환 등 건보 산정특례 대상 질환은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입원 시 연간 자기부담 한도가 500만원으로 제한돼 4세대보다 혜택이 더 좋다. 보험금은 4세대와 동일하게 연 5000만원, 통원 시 회당 20만원까지 보장한다. 아울러 임신·출산 관련 급여 의료비도 보장 대상에 새로 포함됐다. 이번 실손보험 개편과 연계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비급여 중 과잉 진료 우려가 큰 항목들을 관리급여로 지정할 수 있게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지난해 복지부는 도수치료, 방사선 온열치료 등을 관리급여로 선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관리급여로 전환되면 건보가 진료비의 5%만 부담하고, 95%는 본인부담률로 지정된다. 아울러 병원마다 제각각이던 진료 가격(수가)도 정부가 정한 표준 수가를 따라야 한다.

◆내 실손보험, 갈아타기가 이득일까?

실손보험 가입자라면 어느 세대 상품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관리급여 시행에 따른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다. 기존 실손보험(1~4세대) 가입자는 수가 인하와 자기부담률 하락이 겹쳐 이중 혜택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 비급여로 회당 10만원인 도수치료를 받은 4세대 실손 가입자는 치료비의 30%인 3만원을 최종 부담했다. 관리급여로 전환돼 도수치료가 회당 5만원으로 낮아진다고 가정하면, 환자는 5만원의 95%인 4만7500원을 결제한 뒤 급여 항목 자기부담률(20%)을 제외한 금액을 보험금으로 수령해 실질적인 부담은 9500원 수준이었다. 반면 5세대 신규 실손보험 가입자는 사정이 다르다. 실손 본인부담률과 건보 본인부담률과 같은 95%로 연동되기 때문에 전체 치료비가 5만원으로 낮아지더라도 보험사가 보전해 주는 금액이 거의 없어, 환자는 사실상 4만5000원 상당의 진료비를 내야 한다.

그렇다면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는 무조건 계약 유지가 이득일까? 2013년 4월 이전에 가입한 1·2세대 가입자라면 전환 의무가 없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금융당국이 5세대 전환 촉진을 위해 과거 계약을 보험사가 웃돈을 얹어 다시 사들이는 ‘계약 재매입’을 검토 중인데, 향후 구체적인 혜택 규모가 정해지면 그때 판단해도 늦지 않다. 2세대 후반(2013년 4월 이후) 가입자와 3·4세대 가입자는 대부분 5년 단위 재가입 구조를 적용받기 때문에 때가 되면 판매 중인 최신 상품으로 갈아타야 한다. 이 경우라면 본인의 비급여 치료 이용 빈도에 따라 현재 판매 중인 4세대 실손보험과 향후 출시될 5세대 실손보험을 저울질해 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보험료 인상 폭도 따져봐야 한다. 올해 실손의료보험료 평균 인상률은 1세대 3%, 2세대 5%, 3세대 16%, 4세대 20%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병원을 거의 가지 않는 가입자는 초기 보험료가 저렴하고 향후 할인 혜택까지 챙길 수 있는 5세대로 넘어오는 것이 확실히 유리하다”면서도 “병원 방문이 잦고 비급여 치료를 많이 받는 환자는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크게 할증될 수 있으므로 기존 세대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당국, 재매입 방법 두고 고심

이번 실손보험 개편은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이 건강보험의 지속성을 위협하고 있어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추진됐다. 그러나 1·2세대 실손 가입자의 경우 굳이 비급여 보장이 적은 5세대로 전환할 유인이 없어 금융당국과 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관건은 역시 비용이다. 초기 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이 거의 없고 보장 범위가 넓게 설계됐다. 가입자들이 기존 보험을 반납하려면 남은 생애 동안 받을 수 있는 기대 보험금의 가치를 뛰어넘는 보상이 있어야 한다. 더욱이 정작 보험사가 재매입하고 싶은 병원 이용이 잦은 고위험군 가입자의 경우 혜택이 많은 1∼2세대 보험을 굳이 팔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재매입 제도가 시행돼도 악성 계약 건들만 남을 수 있어 오히려 부담”이라며 “당국의 의지가 강해 제도가 곧 시행되긴 하겠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손보사 13곳의 실손보험은 1조482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원인으로는 과잉진료와 이를 그대로 보장해주는 실손보험의 구조가 꼽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남은경 사회정책팀장은 “실손보험이 건강보험의 법정 본인부담금마저 보장하면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 과잉 진료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실손보험으로 막대한 이익을 누려 온 보험사들이 비급여 과잉 진료로 인한 비용 부담이 커지자 뒤늦게 통제에 나선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재매입 보상 수준을 놓고 업계와 계속 논의 중”이라며 “구체적인 안은 5세대 실손보험 출시 이후 발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