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사법부 쌤통이다. 꼴 좋다.”
더불어민주당의 사법 3법 강행 처리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누군가는 “자초한 일”이라고 환호하며, 법원을 검찰에 이어 척결해야 할 ‘악(惡)’으로 규정한다. 응징의 광경을 구경하는 일은 통쾌하다. 그러나 세상은 흑백 논리로 재단하기엔 복잡하다.
민주당이 대선 전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파기환송한 대법원에 강하게 반발한 심정은 이해할 여지가 있다. 만약 조 대법원장이 임기를 지속할 수 없을 만큼 중대한 헌법 위반을 저질렀다면, 탄핵소추라는 정공법으로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문제는 개별 판결에 대한 불만을 빌미로, 80년 역사의 사법 시스템을 단기적 정치 계산의 도구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은 가고, 시스템은 남는다.
조 대법원장은 내년 6월 정년을 맞아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정치권력이 사법부에 던진 돌의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누구나 인정하는 유능한 젊은 법조인에게 판사는 더이상 선망의 직업이 아니다. 임관 30년이 넘은 한 법관은 대형 로펌에 다니는 자녀에게 법관직을 권유했다가 “판사 월급으로는 안 된다”는 말과 함께 거절당했다. 대형 로펌에 영입된 동료에게 “아쉽다”가 아닌 “축하한다”는 인사가 오가는 것이 오늘날 법원의 민낯이다.
일선에서 묵묵히 사건을 처리해온 한 중견 법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이제 판사질 그만하고 싶다”는 짧은 소회를 남겼다. 일선 법관의 자부심과 소명의식이 마모된 자리를 결국 자본의 논리가 잠식한다. 판결문에 가져다 쓰기 좋은 정교한 서면을 낼 수 있느냐, 결국 ‘비싼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수사와 재판 절차가 복잡해지고 길어질수록,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이들은 그 틈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권력층과 유력 인사들이다. 공적 책무에 헌신해온 유능한 인재들이 떠나갈수록, 평범한 이들을 지켜주던 사법의 울타리는 낮고 얇아진다. 댓글 하나로 잠시 희열을 느낀 보통 사람들 앞에 남는 것은 각자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