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적 의미서 실질적 운영 고민 핵보유국 지위 절대불퇴 고착화 우발적 사고 땐 국지전 가능성도
북한의 9차 당대회 결과를 군사부문 중심으로 8차 당대회와 비교하면 가장 또렷한 변화는 핵무기를 통한 억제력 인식이다. 8차 때의 핵 억제는 전쟁을 막기 위한 수세적 의미가 강하지만, 9차 때는 ‘선제 공격’과 결합해 한껏 공세적이다. 이는 ‘핵보유국’ 지위를 “절대불퇴로 영구 고착”하는 의지로 이어졌고, “제1의 적대국”으로 명시한 한국을 향해 “완전 붕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 위협으로까지 치닫는다.
3일 북한 8, 9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 전문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핵 억제력’ 관련 서술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8차에서 핵무기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전략적 억제력”으로 ‘전쟁을 막기 위한’, ‘방위력’, ‘수호’ 등 수세적, 방어적인 의미를 담은 단어들과 함께 사용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월 28일 "조선노동당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신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2월 27일 당 제9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 참가하여 기세찬 보무로써 우리당 투쟁강령에 대한 공화국무력과 온 나라 전체 인민의 절대적지지와 필승의 자신심을 힘있게 과시한 조선인민군 각급 부대, 단위의 지휘관, 병사들을 만나시고 기념사진을 찍으시였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9차에서는 달랐다. “국법이 규제한 억제력의 선제공격 사명을 포함하여”라는 한 것이 특히 주목된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과거엔 핵무기 개발에만 집중했다면 지금은 실전 운영 작전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을 보여주는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변화는 핵보유국 지위 규정 강화로 이어졌다. ‘핵보유국 북한’은 “완전히 불가역적인 것”, “절대불퇴로 영구 고착”으로 명시했다.
영토 및 안보 관련 용어도 달라졌다. 9차에서 군사분계선(MDL)과 그 일대는 ‘남부 국경’으로 표현됐다. ‘주권’, ‘안전’은 8차에서 “보위하다”, “지켜내다” 등의 방어적 의미를 단어들과 결합한 반면 9차에서는 “임의의 행동을 개시할 수 있다”, “절대 용납 불가”, “침해” 등의 표현과 연결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국경에서 양측의 병력이 집중돼 있으면 우발적인 사고나 오인에 의한 사격이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이 소위 ‘국지전’으로 확산될 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남한 향한 군사적 위협의 이면에는 대미 전략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9차 당대회 문건에서 남한을 “상론할 일이 전혀 없는” 대상으로 못 박으면서도, 미국을 향해서는 적대 정책 철회를 전제로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뒷문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