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공방이 격화하면서 중동 전역에 긴장감이 돌자 중동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던 가전과 식품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현지 소비 심리 위축으로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해당 기업마다 현지 상황과 거래선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며 피해 최소화에 여념이 없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은 한국의 프리미엄 가전과 스마트폰 수요가 많은 주요 시장이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동 지역을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신흥시장)의 핵심 축으로 삼고 시장 확장에 공을 들여 왔다. 삼성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집중 공략하며 지난해 중동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36%로 1위를 차지했다. 최근 갤럭시S26 마케팅을 강화하며 존재감을 키우려던 시점에 이란 사태라는 암초를 만났다. LG전자는 가전과 TV가 중동 시장에서 강세다. 또 사우디아라비아를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의 전진기지로 삼아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 힘쓰고 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작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따른 물류 대체경로를 검토하고, 거래선과 함께 수요 영향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식품업체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K푸드 중동 수출액은 4억1000만달러(약 6001억원)로 전년 대비 22.6% 증가했다. 성장이 유망한 시장으로 정부와 업계 모두 중동 공략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악재를 맞이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중동 시장 비중이 아직 크지는 않지만, 새로운 판로 개척을 위해 공을 들여온 것은 사실”이라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는 이날 각각 중동 상황 관련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하는 등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필리핀 순방에 수행 중인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오후 3시 필리핀 현지에서 제3차 실물경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경우 에너지·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제품의 수입선 다변화 등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산업부는 또 산업자원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했던 긴급대책반을 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동 상황 대응본부로 격상하고 원유·가스 수급 위기관리 체제에 즉각 돌입했다. 국토부도 이날 해외건설협회 및 중동 지역 진출 기업과 함께 점검회의를 열고 현지 진출 기업의 안전대책을 점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