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3일 수교 77주년 기념일에 맞춰 필리핀을 국빈 방문해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토대로 조선·원전·인공지능(AI) 등 신성장 전략 분야까지 양국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싱가포르에 이어 필리핀에서도 정상 간 유대감을 높이는 데 공을 들이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으로 ‘경제 영토’ 확장에 주력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필리핀 말라카냥궁에서 열린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공동언론발표에서 “오늘 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우정과 협력이 더욱 깊어지고, 양국이 ‘미래 핵심 파트너’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싱가포르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필리핀 마닐라로 이동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 필리핀을 방문한 첫 번째 국빈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 정부는 양해각서(MOU) 9건, 시행약정 1건 등 총 10건의 문서를 체결했다. 양국은 ‘무역·투자·경제협력에 관한 MOU’ 개정을 통해 양국 경제협력 범위를 조선·전기·전자 등으로 확대하고, 상설협의체를 신설키로 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간 조선 협력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며 “양국이 힘을 모을수록 양국 조선 산업의 경쟁력은 강화되고 공동 성장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마르코스 대통령과의 국빈만찬에선 금거북선 모형을 선물했다. 여기에는 대한민국 조선업의 역사와 기술력을 상징하는 거북선을 통해 양국 방산 협력 강화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겼다.
양국은 원전 분야에서도 실질 협력을 강화한다. 4일 열리는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을 계기로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필리핀 발전회사 메랄코는 ‘신규 원전 협력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양국은 최적의 원전 협력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양국은 핵심 광물 분야에서도 이상적인 파트너”라며 “핵심 광물 및 공급망 관련 실질 협력을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 포럼에서 한국광해광업공단과 필리핀 광산지구과학청은 핵심광물 밸류 체인 강화 등을 위한 MOU를 체결한다.
통상·인프라·방산 등 분야 협력도 더욱 공고히 하기로 했다. 양국은 ‘특정 방산물자 조달을 위한 시행약정’을 개정해 수의계약 가능 업체 목록을 확대하고, 무기체계 유지보수와 후속 군수 지원 관련 내용을 추가해 양국 간 협력 범위를 확장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간의 시행약정에 기초해 우리 방산기업이 필리핀군 현대화 사업에 적극 참여하도록 함께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아세안 국가 중 최초 수교국이자 아시아 국가 최초로 6·25전쟁에 파병한 필리핀에 대해 “고마운 나라”라고 언급하며 양국 간 유대감을 강조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이 대통령은 확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필리핀의 젊은 군인들이 파병 와서 대한민국을 지켜주기 위해 피 흘리면서 싸웠다”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국빈만찬에선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간의 돈독한 우정과 신뢰의 역사가 흔들림 없이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했다.
정상회담에선 최근 중동의 상황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고, 양 정상은 중동의 안정과 평화가 조속히 회복되기를 희망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언론발표에서 “마르코스 대통령께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우리 정부의 대화 재개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신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3박4일간의 싱가포르·필리핀 순방 마지막 날인 4일에는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