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사법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에 대한 사법부의 우려 목소리가 3일도 이어졌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국회 입법 활동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면서도 “혹시 국민들에게 해가 되는 내용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한 번 더 심사숙고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퇴임한 노태악 대법관의 후임자 인선이 늦춰지면서 한동안 대법관 공백이 이어지게 됐다. 2022년 지방선거 전 ‘공천헌금’ 1억원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경 전 서울시의원과 무소속(탈당 전 민주당) 강선우 국회의원은 나란히 구속됐다.
◆대법원장 “헌법이 부여한 사명 다할 것”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10분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출근길에 사법 3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와 관련한 대책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고, 개선해 나가야 하는 점은 동의를 얻어 할 것”이라며 이 같이 답했다. 그는 “사법기관은 어떤 경우에도 헌법이 부과한 사명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민주당이 사법개혁의 명분으로 내세운 ‘사법 불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발언도 내놨다. 조 대법원장은 “근래 세계 여러 나라, 심지어 국제기구에서도 대한민국 사법부를 배우려 하고 우리와 교류 협력할 것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며 최근 갤럽 등 여론조사기관의 신뢰도 조사 결과 미국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는 35%에 그친 반면 우리나라는 47%를 기록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너무 우리 제도를 근거 없이 폄훼하거나 법관들에 대해 개별 재판을 두고 악마화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심사숙고해달라”고 덧붙였다.
◆靑-사법부 이견?… 대법관 공백 장기화
문재인정부 시기인 2020년 3월 취임한 노 대법관은 6년의 임기를 마무리하고 이날 후임자 없이 퇴임했다. 노 대법관의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법원은 당분간 ‘13인 체제’로 운영된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 1월21일 김민기(사법연수원 26기)·박순영(25기) 서울고법 고법판사와 손봉기(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4명을 제청 후보로 추천했으나 조 대법원장의 최종 후보 임명 제청이 40일 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통상 후보추천위의 추천 이후 2주 내에 제청이 이뤄진 것과 대조적이다.
청와대와 사법부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끊이지 않는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청와대와 이견 때문이냐는 질문에는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만 했다. 대법관 공백 기간은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4일 이후 어떤 식으로 사법부와 논의를 푸느냐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원 “증거인멸할 우려” 구속영장 발부
서울중앙지법 이종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과 청탁금지법 위반, 배임수재(강 의원)·증재(김 전 시의원) 혐의를 받는 두 사람을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관련 녹취록이 공개되며 의혹이 불거진 지 64일만이다.
강 의원과 김 전 시의원은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2022년 1월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시의원 후보 공천과 관련해 1억원이 든 쇼핑백을 주고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강 의원을 두 차례, 김 전 시의원을 네 차례 불러 조사한 끝에 지난달 5일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63명 중 찬성 164명으로 통과되면서 이날 영장실질심사가 열렸다.
그간 강 의원 측은 김 전 시의원에게 받은 금품을 모두 반환했고,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 도주 우려도 없다고 반박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전 시의원은 공천헌금 의혹을 상당 부분 인정하는 내용의 자수서를 경찰에 제출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마찬가지로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