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의 초상으로 건네는 위로…장석원 개인전 ‘위로하는 바보’

“내가 바보를 그리는 이유는 바보가 좋아서도 또 바보를 싫어해서도 아니다. 어느 날 문득 내가 바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헤아려 볼 줄을 모르는 바보가 나의 주인공이었다.”

 

장석원 초대전 위로하는 ‘바보’ 포스터

작가 장석원은 스스로를 바보라 부른다. 다만 ‘지능이 낮아 사물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 어리석고 못나게 구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의 바보가 아니다. 그에게 바보는 세상의 보편적 효율과 성공의 기준을 비켜선 인물, 그 너머를 응시하는 존재에 가깝다. 

 

갤러리 파인아르테는 15일까지 전북 전주 완산구 전시장에서 장 작가의 철학을 담은 ‘장석원 초대전-위로하는 바보’를 연다. 이번 초대전에서 장 작가는 바보가 가진 다양한 표정을 작품으로 풀어낸다. 작품 속 얼굴은 텔레비전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흔히 보이는,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이목구비와 매끄러운 피부와는 거리가 멀다. 

 

작품 속 이목구비는 동그라미, 세모, 네모로 묘사되는데, 그 선이 거칠고 삐뚤어지고 일그러져있다. 얼굴은 옆을 바라보고 있지만, 눈동자는 정면을 응시하는가 하면, 두 눈이 또렷이 정렬되지 않은 사시로 그려지기도 한다. 주술적 의미가 강한 이집트 미술에서 볼 수 있는 인물의 각도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도 있다.

 

표정은 한 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 멍하니 정면을 바라보며 무표정을 유지하거나, 어딘가 해탈한 듯한 기색을 띠기도 한다. 모자를 쓴 바보가 등장하는 작품에서는 계급 의식을 타파하려는 저항의 기운도 읽힌다. 피부색 역시  정형화 된 ‘살 색’이 아니라 강렬한 원색으로 채워져 있다. 배경에는 무작위의 낙서처럼 선들이 여러 방향으로 뻗고, 다양한 색이 혼재돼 있다. 각양각색의 바보 얼굴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작품 속 바보들은 “I LOVE YOU”, “예술은 죽었다”, “너는 누구냐”, “나는 바보다”, “바보도 외롭다”, “바보도 슬프다”를 외친다. 

 

장석원 작가

장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가짜가 되지 말고 진짜가 되자.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바보 주위를 맴돌며, 나의 그런 모습을 흘낏 들여다보며, 더 버릴 게 없나 돌이켜보며 하루를 보낸다”고 적었다.

 

장 작가는 1970년대 중반부터 전위그룹 ST(Space & Time)의 멤버로 활동한 1세대 행위예술가다. 당시 한국 실험미술의 흐름 속에서 ‘4인의 이벤트’(1976, 서울화랑)’, ‘혼인의 이벤트’(1977, 서울화랑) 등의 작품을 선보였고, 미술평론 ‘어째서 미술인가(1976)’ 발표 이후에는 비평 활동도 이어왔다. 1984년대부터 전남대 교수로 재직했고, 1995년 이후 광주비엔날레 큐레이터, 전시기획실장, 예술감독 등을 역임했다. 전북도립미술관장(2014~2017)을 끝으로 정년 후 ‘AX 그룹’을 이끌며 새로운 전위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