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 살면서 내 집 굴리기 끝”… 금융당국 ‘전세대출’ 핀셋 규제


수도권·규제지역 다주택자 대출 만기 연장 불허… 10조 원 규모 자금 회수 압박
실거주 않는 ‘투기성 1주택자’ 전세대출 제한 검토… 대통령 매도 후 규제 급물살
금융당국, 현장 의견 취합해 투기·실거주 판별 기준 마련… 은행권 대출 심사 강화 예고
지난 3일 서울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앞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뉴시스

 

부동산 시장의 ‘돈줄’을 죄는 금융당국의 움직임이 갈수록 매서운 가운데 이번엔 단순한 경고를 넘어 대출 만기 연장을 원천 차단하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가시화되고 있다. 

 

◆수도권 다주택자 ‘만기 연장’ 불허… 10조 원 규모 압박

 

금융위원회는 3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고강도 규제안을 논의했다. 핵심은 수도권 및 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의 대출 만기 연장 거부다. 지금까지는 대출을 유지하며 버티는 것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만기가 돌아오는 즉시 원금을 상환하거나 매물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새롭게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임대사업자 대출 규모는 약 10조 원 미만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여기에는 주거용뿐만 아니라 비주거용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까지 포함됐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개인 다주택자의 일시상환 구조 주택담보대출 역시 규제 사정권에 들어왔다.

 

◆“살지도 않으면서”… 전세자금대출 제한되는 ‘투기성 1주택자’

 

이번 대책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투기성 1주택자’에 대한 정의와 규제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엑스(X)를 통해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다주택자는 물론 주거용 아닌 투자·투기용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공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단순히 집이 한 채라고 해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은 본인 소유의 집에는 거주하지 않으면서, 그 집을 갭투자 등으로 활용하고 본인은 다른 집에 임차해 사는 경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이 다른 집에 들어가기 위해 받는 전세자금대출을 제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내 집을 두고 남의 집에 전세로 살며 대출을 활용하는 이른바 ‘지렛대 투자’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취지다.

지난달 26일 서울 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내 곳곳에 아파트 단지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관건은 ‘실거주’ 판별… 은행권 현장 의견 수렴 착수

 

정부의 의지는 단호하지만 현장의 혼란은 피하기 어렵다. ‘투기성 1주택자’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한 일시적 1주택자’를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직장이나 교육 문제로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은 조만간 시중은행 관계자들을 소집해 현장의 의견을 취합하기로 했다. 투기용과 실거주용 대출을 가려낼 정교한 잣대를 만들기 위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제 개편과 금융 규제가 동시에 가동되면 다주택자와 투자용 1주택자의 자금 압박은 전례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