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4일 한때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지지선인 1500원을 돌파했다. 외환 당국은 현재 시장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다며 시장 진화에 나섰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0시 5분쯤 달러당 1506.5원(한국자금중개 기준)까지 치솟았다가 전날 주간거래종가(오후 3시30분)보다 19.60원 급등한 1485.70원(오전 2시)에 거래를 마쳤다. 야간거래는 거래량이 많지 않다 보니 변동 폭이 컸다. 환율이 1500원을 넘은 것은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이다. 당시에는 1600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이날 주간 거래가 시작되자 환율은 전장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서 출발해 1480원을 넘겼다. 이날 오전 10시30분쯤 환율은 1482.70원까지 치솟았다. 전날 주간거래 종가는 1466.1원이었다.
환율은 오전 한때 한국은행에서 구두개입성 발언이 나오면서 1471.0원까지 내리기도 했으나 다시 1480원대를 넘어섰다. 주간 거래 환율이 1470원을 넘은 것은 지난달 6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23% 오른 99.29를 기록 중이다.
이날 환율은 이란 전쟁이 조기에 마무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에너지 수급 위기감이 커지면서 오름폭을 키웠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한국 등 에너지 순수입국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3.33달러(4.67%) 높은 배럴당 74.56달러에 거래됐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8시 30분 중동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전일 런던·뉴욕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한 배경을 논의하고 주요국과 한국의 환율변동 상황을 비교·점검했다.
한은은 “지난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일시적으로 넘기도 했지만, 현 상황은 과거와는 달리 달러 유동성이 풍부하고 우리나라의 대외차입 가산금리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분간 중동 상황 전개 양상 등에 따라 환율, 금리, 주가 등 금융시장 주요 가격 변수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외부적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원화 환율, 금리가 경상수지 등 국내 펀더멘탈(기초체력)과 괴리되어 과도하게 변동하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시장 심리가 한 방향으로 쏠리지 않도록 필요시 정부와 협조하여 적기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중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 콘퍼런스, 국제결제은행(BIS) 총재회의 참석차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비행 일정을 미루고 회의를 주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