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통합 찬반’ 공방을 넘어 중앙과 지방의 권력 구조 문제로 확전되고 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통합특별법안을 향해 “빈 껍데기 통합”,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직격하며 재정·권한 이양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단순한 지역 이슈 제기를 넘어선다.
연일 정부 여당을 향해 내고 있는 그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행정구역을 묶는 것만으로는 수도권 일극체제를 흔들 수 없으며, 통합의 본질은 ‘간판 교체’가 아니라 ‘재정권력 재배분’이라는 주장이다. 김 지사는 최근 정부 여당을 향해 행정통합은 반드시 가야 할 길 이지만, 지금의 재정 권한 이양으로는 부족하고 너무 촉박하게 이뤄지는 통합은 심각한 후유증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는 국세·지방세 비율을 현행 75대25에서 최소 65대35, 나아가 60대40까지 조정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는 지방자치 강화 차원을 넘어 국가 재정 체계의 근간을 건드리는 요구다.
이 대목에서 이번 공방의 성격이 드러난다. 통합법 보류 책임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을 넘어, ‘누가 통합을 막았느냐’가 아니라 ‘중앙이 권한을 어디까지 내놓을 수 있느냐’가 본질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정치권 상황도 급변했다. 2월 임시국회가 종료되면서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은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었다. 김 지사 역시 최근 브리핑에서 “현재 정치 상황을 보면 통합 추진이 쉽지 않다”며 현실적 한계를 인정했다.
그는 통합 좌초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김 지사는 “민주당이 대구·경북 통합과 함께 추진하지 않으면 대전·충남만 기회를 놓친다고 압박해 왔다”며 “필리버스터 중단 요구를 받아들이자 추가로 대전·충남 찬성 당론까지 요구하는 등 국민의힘을 갈라치기하려는 전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된 ‘충남이 20조원을 차버렸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김 지사는 “20조원 지원은 김민석 총리의 발언 외에는 법안 어디에도 명시된 내용이 없고 재원 조달 방식이나 교부 기준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한마디로 실체 없는 숫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작 충남이 요구한 것은 4년 동안 36조원 규모의 재정 지원과 항구적으로 매년 9조원 수준의 재정·권한 이양이었다”며 “이런 요구는 외면하면서 ‘20조를 차버렸다’는 식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충남 소외론’에 대해서도 “시도민을 겁박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얄팍한 프레임”이라고 규정했다.
그럼에도 김 지사는 행정통합 논의 자체는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국회 여야 동수 특별위원회와 범정부기구 구성을 제안하며 재정과 권한 이양을 포함한 통합법안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 속도를 늦추더라도 재정·권한 구조를 설계한 뒤 2~4년 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면담을 재요청하며 “행정수반의 결단”을 촉구했다. 통합 논의를 정당 간 협상 문제가 아닌 국가 의제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다.
정치적 계산도 읽힌다. 통합을 처음 제안한 당사자라는 정통성을 유지하면서도, 졸속 통합에 대한 도민 반감은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국세·지방세 구조 개편은 단일 특별법 수정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여야 지도부 이해관계가 얽힌 국가 재정 체계의 문제다.
이번 공방은 이미 대전·충남 통합을 넘어섰다. 쟁점은 ‘통합의 속도’가 아니라 ‘분권의 수준’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김 지사의 생각이다. 행정통합이 상징 정치로 끝날지, 아니면 중앙의 재정권력을 실제로 나누는 전환점이 될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김태흠의 승부수는 분명하다. 통합을 멈추자는 것이 아니라 통합의 기준을 높이자는 것이다. 행정통합 논쟁은 행정구역 문제가 아니라 중앙과 지방의 권력 구조를 둘러싼 싸움으로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