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관리 소홀로 인해 폭행, 성폭력 등 범죄 전력자들이 ‘지도자’ 자격으로 학교나 체육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어 선수들이 인권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4일 제기됐다. 체육회장의 전횡에 체육회 운영이 좌지우지되는 등 불합리한 운영 방식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안으로 지적됐다.
4일 감사원에 따르면 2020년 8월∼2024년 12월 폭행·성폭력 등 범죄로 체육지도자 자격증이 취소된 222명이 학교 등에서 지도자로 활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체육회가 문제 인물의 징계 절차를 늑장 처리하거나 징계 사유를 잘못 파악해 선수 폭행, 괴롭힘, 성폭력 등 비위 행위에 대한 조치가 지연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더구나 체육회는 범죄경력자가 일정 기간 체육회에 지도자로 등록하지 못하도록 범죄 경력 조회가 가능한 체육지도자 자격증 보유자만 지도자 등록이 가능하게끔 제도를 개선하라는 문체부의 요구를 6년째 뭉갠 것으로 조사됐다.
문체부는 체육단체 간 징계정보 공유를 소극적으로 추진해 범죄 전력자가 다른 체육단체로 옮겨 지도자 활동을 이어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4월 장애인체육회에서 영구제명 처분 등 자격정지 1년 이상 징계 처분을 받은 뒤 제재 기간이 끝나지 않은 8명이 소속만 바꿔 지도자로 등록했다.
징계정보 등록 대상인 각 체육단체가 문체부 산하 인권침해 조사기구인 윤리센터에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점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데 한몫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등 프로단체(49건), 인천시 등 시·도체육회(14건), 연세대 등 대학운동부(7건), 서울시 등 직장운동경기부(4건)가 징계정보 제공을 누락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은 사실상 지원자가 자신을 ‘셀프 선발’하는 과정이었다. 2022∼2024년 선발 업무를 담당하는 종목단체 이사회 및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 70명이 직을 유지한 채 국가대표 지도자에 지원·선발된 것이다. 감사원은 “이해충돌 가능성 및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이기흥 전 체육회장의 업무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이 전 회장은 취임 후 본인 선거 캠프 인사들이 추천한 이들로 이사회를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올림픽 종목단체를 대표하는 이사가 과반수여야 한다는 정관이 지켜지지 않았다. 이사 후보 중 올림픽 종목 단체 소속은 38%(47명 중 18명)에 그쳤다.
이 전 회장은 자신의 연임 횟수(1회)에 예외를 인정할 권한을 가진 스포츠공정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위원장과 위원을 2배수로 추천한다는 내부 계획과 달리 1배수로 내정·선임해 공정성 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 전 회장은 예산 확정·변경 시 문체부 협의를 의무화한 정관을 어기고 이사회 의결만으로 가능하도록 예산 규정을 고친 뒤 불필요한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문체부가 반대하는 ‘평창동계훈련·교육센터장’(1급 상당) 직제는 태스크포스(TF) 형태로 구성·운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조사에 불응해 서면조사했다. 피조사자가 조사에 불응하면 어쩔 수 없다”면서도 “측근들의 진술과 객관적 증거로 확인된 내용이다. 이 전 회장도 이러한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감사원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라고 각 기관에 통보했다. 이 전 회장의 인사자료는 향후 재취업 및 공직후보자 관리에 참고하도록 문체부에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