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개봉된 영화 ‘엔젤 해즈 폴른’은 테러리스트와 이에 맞서는 미국 대통령 경호원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초반부 미 대통령이 호숫가 별장에서 낚시하던 중 새 떼를 연상케 하는 대규모 자폭 드론에 공격을 당하는 장면은 압도적 비주얼로 관객들 시선을 사로잡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이듬해 1월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근처에서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정예 쿠드스(Quds)군의 얼굴이던 가셈 솔레이마니가 암살됐다. 그를 겨냥한 것은 드론이었다. 자폭 드론이 현실화한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수중 자폭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군 잠수함을 무력화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우크라이나보안국(SBU)은 외신을 통해 “사상 처음으로 수중 드론 ‘서브 시 베이비’가 러시아 노보로시스크 항구에 정박해 있던 러시아 잠수함을 폭파했다. 해당 잠수함은 사실상 작전 불능 상태가 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흑해함대는 “피해는 없었다”고 반박했으나, SBU가 수중 폭발 영상을 공개하면서 체면은 구겨졌다.
최근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중동전쟁에서도 드론을 활용한 전투가 이어진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일(현지시간) 이란의 자폭 ‘샤헤드-136’ 드론과 미사일이 중동 전역의 미군기지와 석유시설 등 주요 목표물을 집중 타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그러면서 이란 자폭 드론이 미국과 동맹국 고비용 방공망을 압박하며 무기 재고를 빠르게 고갈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맞서 미국도 이란 샤헤드 드론을 역설계한 ‘루카스’ 자폭 드론을 처음 실전에 투입해 이란의 허를 찔렀다고 한다. 수백만 달러짜리 고가 플랫폼에 의존해 온 미군 전략의 중대 전환점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정보전과 사이버전 못지않게 드론의 영향력은 확장일로다. 러시아 파병 이후 북한군도 드론 작전 역량을 키우는 데 골몰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국방부 역시 ‘50만 드론 전사’를 양성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하지만 북한의 무인기 위협에 대응해 전 정부가 창설한 드론작전사령부는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평양 무인기 논란’으로 드론을 터부시하는 기류까지 감지된다. 전쟁의 승패는 무기를 다루는 자의 전술 능력에 좌우되는데 이래도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