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국회의원 선거에 해당하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오는 15일 실시된다. 이번 선거 일정은 투표일을 12일 앞두고 발표돼 이례적이다. 만 17세 이상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단독 후보 찬반투표 방식으로 대의원을 선출하는 등 선거 방식도 남한과 차이가 있다.
◆선거일 12일 전 공고…“이례적 일정”
조선중앙통신은 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지난 3일 헌법 제90조에 따라 최고인민회의 제15기 대의원 선거를 3월 15일에 실시한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일은 통상 선거 약 두 달 전에 공고된다. 공고 이후 10일 이내 중앙선거위원회를 구성하고 선거일 15일 전 선거인 명부 작성과 공시, 선거일 3일 전 후보 등록 완료 등의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투표일을 12일 앞둔 시점에 공고됐고, 중앙선거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도 동시에 발표돼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상임위원은 “당대회 결정에 기반해 헌법을 개정하는 수순을 염두에 둔 선거”라며 “내부적으로 후보자 추천과 검증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2019년 선출된 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이 헌법상 임기인 5년을 이미 넘긴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대의원들이 선출되면 5년마다 열리는 노동당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 운영 주기가 다시 맞춰지게 된다.
◆ 당대회 직후 열리는 최고인민회의…관전 포인트는
북한 헌법상 최고주권기관인 최고인민회의는 상임위원회와 국무위원회 위원장 및 위원 선출, 내각 총리와 각료 선출 등의 권한을 가진다. 입법기관으로 노동당 결정 사항을 추인하고 법제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당대회나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직후 최고인민회의가 열리는 경우가 많다. 2021년에는 8차 당대회 종료 5일 만에, 2016년에는 7차 당대회 종료 약 50일 뒤 최고인민회의가 개최됐다.
최고인민회의가 열리면 주목할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당대회에서 2019년부터 7년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아온 최룡해가 당 중앙위원 명단에서 제외된 만큼, 이번 대의원 선거를 계기로 그의 ‘2선 후퇴’가 현실화 지 여부다. 북한이 이번 당대회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통일·민족 개념을 삭제하는 내용을 당 규약에 명문화했다면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이를 헌법에 반영하는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김일성 사망 이후 사실상 폐지했던 주석직을 부활시켜 김 위원장에게 부여할 지도 관심사로 꼽힌다.
◆선거 연령·방식·절차…남북 차이는
남북한은 선거 방식과 절차에서 차이를 보인다. 남한은 임기 만료에 따른 선거의 경우 선거일이 공직선거법에 명시돼있고, 이후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거쳐 날짜를 공식화한다. 대통령 선거는 임기 만료일 전 70일 이후, 총선은 50일 이후, 전국동시지방선거는 3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에 실시된다. 남한의 중앙선관위는 선거 때마다 구성되는 것이 아닌 독립된 상설 헌법 기관이다. 총선의 경우 선거일 20일 전부터 이틀간 후보자 등록을 받고 선거일 10일 전까지 선거인 명부를 확정한다.
선거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북한은 만 17세 이상 주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며 투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반면 한국은 만 18세 이상에게 선거권이 있고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정수는 687명으로 국회의원 300명을 선출하는 한국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북한 유권자들은 각 선거구에 단독 등록된 후보에 대해 찬반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대의원을 선출한다. 2023년 11월 실시된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시·도의원 격) 선거에서는 후보자 선정 단계에서 복수 인물을 추천하고 표결하는 제도가 도입되기도 했지만,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