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지역 혼란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중동을 새로운 수출 거점으로 삼던 국내 기업들에 비상등이 켜졌다. 중동 진출과 상관없이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유가와 운임 인상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기류다. 기업들은 전략 거점 이동과 에너지 공급처 다양화, 재무 상태 점검을 포함한 여러 대책을 고심 중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중동 시장에 진출한 기업 상당수가 사태가 장기화할까 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를 포함한 국내 기업들은 2020년대 들어 중동을 ‘글로벌 사우스’(신흥 남반구 시장)의 거점으로 삼고 공을 들여왔다. 중동 국가들은 국민 소득수준이 높고, 소비자들도 한국 제품을 선호해 수출 시장으로서 매력도가 높다. 지리적으로 세계 중심에 위치해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기도 편하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려 했던 국내 기업들의 집중 공략 목표가 됐다. 기업분석전문기관 한국CXO연구소가 국내 대기업의 중동 진출 현황을 분석해보니 중동 지역 10개국에 140개 해외법인이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전쟁으로 중동을 거점으로 활용하려던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일단 현지 사업장 재택전환과 주재원 피신, 현지 거래선 관리로 대응하고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란의 거센 반격에 전선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거나 전쟁이 길어질 경우 전략 수정도 불가피하다. 이영달 뉴욕시립대 방문교수는 “이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기업들은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인도·동남아·동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새로운 시장 구조를 구축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강과 석유화학 등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업종의 표정도 어둡다. 중동 지역 원유·가스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연일 오르는 탓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사태가 길어질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과 물류비 부담 확대로 기업 전반의 수익이 감소할 것”이라며 “자금 유동성 경색을 포함한 위기를 고려해 선제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