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WBC 우승으로 ‘야구의 왕’ 대관식 치른 오타니, WBC 2연패 향한 출사표…“다저스 동료 김혜성과 맞대결 기대돼” [도쿄 in SEGYE]

[도쿄=남정훈 기자]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니 전체 WBC를 통틀어 첫 손에 꼽히는 상징적인 장면이 있다. 3년 전인 2023년 3월21일(현지기준)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일본과 미국의 2023 WBC 결승전. 일본이 3-2로 앞선 9회초 미국의 공격. 마운드에는 당시 2021년 아메리칸리그 만장일치 MVP 오타니 쇼헤이가 올랐다. 선두타자 제프 맥닐을 상대로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내주며 무사 1루에 몰린 오타니는 무키 베츠를 병살타로 처리하며 단숨에 위기에서 벗어났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선 선수는 당대 최고의 타자이자 미국 대표팀의 주장이며 오타니의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팀 동료인 마이크 트라웃. 오타니와 트라웃은 풀 카운트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를 펼쳤고, 오타니의 6구째 스위퍼가 트라웃의 바깥쪽으로 완벽하게 흘러나갔고, 트라웃은 이 공에 헛스윙하면서 일본의 WBC 통산 세 번째 우승이 확정됐다. ‘이도류’로 일본의 우승을 이끈 오타니는 MVP에 오르며 자신이 전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을 앞둔 일본 야구 대표팀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1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훈련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3년이 흐른 지금 오타니의 위상은 더욱 올라갔다. 2023 WBC 우승 이후 2023시즌에 아메리칸리그 만장일치 MVP에 또 한 번 선정됐고, 2023시즌을 마친 뒤 10년 7억달러라는 북미 스포츠 최대 규모 계약 신기록을 세우며 LA다저스로 이적했다. 다저스 이적 후에도 오타니는 2024년과 2025년에도 내셔널리그 MVP에 선정됐고, 다저스의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팔꿈치 수술로 투수를 접어야 했던 2024년에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전인미답의 영역이었던 50홈런-50클럽의 신기원을 열었다.

 

야구 선수로는 이룰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을 이룬, 아니 사이영상 수상 하나만을 남겨둔 오타니가 2026 WBC 2연패를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

 

오타니는 4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진행된 WBC 공식 연습을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컨디션을 잘 조절해 만전의 상태로 첫 경기를 맞이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일본은 6일 대만과의 경기로 조별리그 일정을 시작한다.

지난 2023년 3월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 중국과 일본의 경기, 일본 대표팀 선발 오타니 쇼헤이가 2회초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뉴스1
지난 2023년 3월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13대4 대승을 거둔 일본 대표팀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한 선수들이 관중석 야구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일본 야구대표팀 핵심 선수인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지난 4일 일본 도쿄돔에서 진행된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공식 연습을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오사카에서 치른 평가전 2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뒤 결전의 땅 도쿄로 넘어온 오타니는 현재 몸 상태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타석 수가 다소 적긴 하지만, 감각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상태”라며 “시차문제 없이 여기까지 잘 왔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는 100%에 가까운 상태로 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오타니는 대회 2연패에 대한 자신감을 묻는 말에 “우리 팀도 훌륭한 팀이지만, 이전 대회에서도 순조롭게 이길 수 있는 경기는 꽤 적었다”며 “선제점을 내주거나 점수 차가 벌어지는 상황도 당연히 생각해야 한다. 어떤 상황이든 공수에서 차분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면 좋은 경기를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을 앞둔 일본 야구 대표팀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1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을 앞둔 일본 야구 대표팀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1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훈련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소에도 신중하고 겸손한 성격으로 유명한 오타니는 이번 WBC 조별리그에서 경쟁을 펼칠 한국과 대만에 대해서도 존중을 표했다. 오타니는 한국 대표팀의 김혜성과 이정후를 언급한 취재진의 질문에 소속팀 동료이기도 한 김혜성을 특별히 거론했다. 그는 “김혜성은 같은 팀이기도 하고, 인품으로도 정말 훌륭한 사람이라 항상 즐겁게 지내고 있다”며 “맞대결한다면 서로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본선 첫 상대인 대만에 대해서는 아시아 야구의 동반 성장을 화두로 꺼냈다. 오타니는 “아시아 야구 전체가 이렇게 성장하는 것을 진심으로 바라고, 또 기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우선은 일본 국가대표로서 일본이 승리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가 모든 힘을 쏟아부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