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엄두도 안 나요”…산후우울증 유병률 7년 새 2.3배 급증

산모 10명 중 7명 우울감 경험
‘독박육아’와 ‘신체변화’가 원인

출산 이후 우울증을 호소하는 산모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산모의 정신건강 위기가 추가 출산을 포기하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후 우울증은 개인의 의지를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 후 12개월 기준 산후 우울증 유병률이 7년 새 약 2배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산후우울 실태와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2015~2022년 출산한 산모의 연도별 산후우울증을 분석했다. 출산 후 12개월을 기준으로 한 산후우울증 유병률은 2015년 1.38%이었으나 2022년에는 3.20%로 집계됐다. 7년 새 2.3배가 높아져 산모들의 정신적 건강 상태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보여준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심리적 고통은 통계보다 훨씬 깊다. ‘2024년 산후조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에 아이를 낳은 산모 10명 중 약 7명에 가까운 68.5%가 일시적인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우울감이 평균적으로 산후 6개월까지 지속된다는 점이다. 산모들이 상당 기간을 적절한 도움 없이 홀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산모들은 우울감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급격한 신체적 건강 변화(88.5%)’를 꼽았다. 이어 생활 환경의 급변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양육에 대한 중압감이 뒤를 이었다. 특히 밤낮이 바뀐 생활 속에서 혼자 자녀를 돌봐야 하는 이른바 독박 육아 환경과 임신 전과 달라진 자신의 외형 변화 등이 산모들의 자존감을 낮추고 심리적 위축을 불러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정신건강 문제는 저출산 현상 심화로 이어진다. 연구에 따르면 결혼 당시에는 다음 아이를 낳을 계획이 있었더라도 산후우울증이나 깊은 우울감을 경험한 산모는 그렇지 않은 산모보다 추가 출산을 포기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았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시행 중인 정책들은 여전히 현장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원 사업인 생애초기 건강관리 사업은 2025년 기준 전국 73개 보건소에서만 이뤄지고 있어 혜택을 받는 지역이 제한적이다.

 

산후우울증에 특화된 별도의 지원 체계가 부족하고 산모가 우울감을 호소하더라도 전문적인 치료나 상담으로 이어지는 문턱이 여전히 높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보고서는 산후 정신건강 정책이 치료 위주의 사후 처방에서 벗어나 예방과 조기 발견 중심의 통합적인 지원 체계로 거듭나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신 초기부터 산후 1년까지 전 주기에 걸친 정신건강 관리가 필요하며 지원 대상을 산모 본인뿐만 아니라 남편과 가족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제적 취약계층일수록 산후우울증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저소득층 산모를 위한 치료비 지원을 강화하고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생애초기 건강관리 사업을 조속히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산후우울증을 겪는 산모들이 사회적 낙인 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산후 정신건강을 지키는 것은 산모 개인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아이의 건강한 성장과 가족의 행복 그리고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일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과 예산 투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