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남정훈 기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코칭스태프의 투수진 운영이 성패를 가른다. 각 리그 시즌 시작 전에 열리다보니 선수 보호를 위해 라운드별 투구 수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선 1라운드는 한 투수가 최대 65구 이상 던질 수 있고, 결선 토너먼트(본선 2라운드)부터는 최대 80개로 늘어난다. 4강 이후엔 95개까지 던질 수 있다. 30개 이상을 던지면 하루는 무조건 쉬어야 하며, 50구 이상을 던지면 4일 휴식이 의무로 규정되어 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 대표팀은 5일 오후 7시 일본 도쿄의 도쿄돔에서 열리는 체코전을 시작으로 2026 WBC를 시작한다.
한국보다는 두세 수 아래 전력의 체코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2006 초대 WBC에서 4강, 2009 WBC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에 한국 야구의 국제경쟁력을 알렸던 한국 야구지만, 2013, 2017, 2023까지 세 번의 WBC에서는 ‘타이중 참사’, ‘고척돔 참사’, ‘도쿄돔 참사’ 등 ‘참사’라는 키워드로 점철됐다. 세 대회 모두 본선 1라운드에서 탈락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첫 경기 패배였다. 2013년에는 네덜란드, 2017년에는 이스라엘, 2023년에는 호주에 일격을 당했다. 이번 체코전 필승이 필요한 이유다.
류지현 감독은 체코전 선발등판의 중책을 소형준(KT)에게 맡겼다. 그리고 소형준 뒤에 나오는 투수는 2년차 영건 정우주(한화)다. 두 선수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이번 본선 1라운드 투수 운영의 밑그림이 달라진다.
소형준은 지난달 일본 오키나와 WBC 캠프 시작 직후 체코전 선발을 통보받았다. 아울러 정우주도 소형준이 등판한 연습경기에 나란히 마운드에 올라 소형준 뒤를 받치는 두 번째 선발 투수 임무를 준비해왔다. 소형준은 포심은 거의 던지지 않는 대신 투심과 커터 등 변형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삼는 선수고, 정우주는 대포알 포심이 주무기인 선수다. 두 선수가 앞뒤로 등판하게 되면 상대 타자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두 투수의 조합이 이뤄진 이유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소형준과 정우주가 50구 이내를 던져 6이닝을 책임져주는 것이다. 소형준이 50구 이상을 던지면 나흘 휴식이 필요해 본선 1라운드 마지막 일정인 9일 호주전에도 등판할 수 없다. 소형준이 체코전에서 50구 이내로 3이닝을 던진 뒤 남은 일정에는 불펜으로 등판할 수 있게 되면 류지현 감독이 마운드 운영을 하는 데 한결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류지현’호는 원투펀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원태인(삼성), 문동주(한화)가 부상으로 낙마해 투수진 뎁스가 얇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소형준과 정우주를 7일 일본전부터 활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큰 차이가 난다.
변형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하기 때문에 땅볼 유도에 특화된 소형준이 65구 이내로 던지며 최대 5이닝까지 소화해주는 시나리오도 있다. 그 사이 한국 타선이 체코 마운드를 두들겨 점수 차를 벌리면 정우주를 1이닝 정도만 던지게 해 아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투구수 제한에 대해 소형준은 “생각 안 하려고 한다. 공 하나씩 몰입해서 던지다 보면 65개가 되든, 50개가 되든 할 거다. 경기에만 몰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