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백유의스포츠속이야기] 부자나라는 올림픽에 관심 없다?

“부유한 나라일수록 올림픽에 관심이 없다.”

 

2026 코르티나·밀라노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정부 부처 내에서 흘러나온 이 황당한 발언은 공직 사회의 스포츠에 대한 인식 수준을 보여준다.

 

과연 사실일까?

 

동계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아이스하키와 피겨스케이팅 등의 면면을 살펴보면 답은 명확하다. 동계스포츠는 막대한 인프라와 자본이 필수적인 이른바 ‘선진국형 스포츠’다. 역대 개최국 역시 국력이 강한 부자 나라들이었다. 관심이 없는데 올림픽을 유치하는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다. 대통령께 거짓 보고를 한 외교부 관료들의 행위는 무지를 넘어선 직무유기다.

 

이번 동계올림픽이 유독 국민적 관심을 얻지 못한 이유는 대중의 흥미가 식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중계권 독점이라는 자본의 논리와, 언론매체의 마구잡이 창간에 따른 스포츠 언론의 몰락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의 영역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우선 과거 지상파 3사가 유지해 온 ‘코리아풀’ 체제가 무너지고, JTBC가 거액의 중계권료를 감수하며 독점에 나선 것이 발단이 됐다. 문제는 이 고가의 중계권을 다시 지상파에 재판매하려다 협상이 결렬되면서 발생했다. 광고 시장의 수축과 경영 악화 속에서 지상파는 배임 위험을 무릅쓰고 비싼 값을 치를 이유가 없었다.

 

인터넷 매체가 대거 등장한 언론 지형의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광고 수익 감소로 인해 주요 언론사들이 스포츠 지면을 대폭 줄이고 취재 인력을 축소하면서, 스포츠 저널리즘의 기능은 1990년대 이전 수준으로 퇴보했다. 과거 지면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오늘의 경기’ 안내까지 사라져 야구, 축구, 농구 등 프로 종목도 존립 기반이 흔들린다.

 

더욱 심각한 것은 체육 정책을 책임지는 부처의 무관심이다. 방송통신위원회나 문화체육관광부가 사전 중재에 나섰어야 했다. 정책의 공백이다. 돈의 논리에 밀려 대다수 국민의 볼 권리가 축소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는 7일부터 시작하는 2026패럴림픽은 KBS가 중계를 할 예정이다.

 

스포츠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국가적 동질감을 형성하고 보편적 누릴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 문화 복지의 영역이다. 특정 매체의 중계권 독점과 관료들의 무지 그리고 언론의 외면이 맞물린 현재 상황은 대한민국 스포츠 문화의 뿌리를 약화하고 있다.

 

올해 벌어질 북중미 월드컵축구 역시 같은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스포츠가 자본의 논리에만 매몰될 때, 그 국가의 문화적 품격도 함께 추락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성백유 대한장애인수영연맹 회장·전 언론중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