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주주총회를 앞둔 금융지주들이 지배구조 개편 관련 금융 당국의 핵심 요구사항인 ‘최고경영자(CEO) 연임 요건 강화’ 관련 주총 안건을 한 곳도 상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 구성도 대폭 물갈이하기보다는 교체 폭을 최소화했다. 그룹들이 선제적 조치에 나서지 않으면서 당국은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시기를 주총 전으로 앞당길 전망인데, 그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말 열릴 각 금융지주의 주총 최대 관심사였던 ‘회장 연임 시 주총 특별결의 도입’에 대해 정관을 개정한 곳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회장 연임이 확정된 다른 그룹들과 달리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양종희 회장의 연임 절차가 맞물려 있는 KB금융도 올해 주총에서 특별결의 도입을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당국의 또 다른 요구는 현재 최장 6년까지 가능한 사외이사 임기를 3년 단임제로 전환하는 것인데 주요 금융지주는 이 또한 도입하지 않았다. 임기가 만료된 4대 금융 사외이사 23명의 교체 인원도 각사에서 1∼2명씩 총 6명에 그쳤다. 교체폭은 줄이되 신임 사외이사의 배경을 다양화하는 정도로 대응했다. 예를 들어 신한금융의 경우 사외이사 전문성을 다양화하라는 메시지를 반영해 경쟁사인 전 SC제일은행 은행장 출신을 사외이사로 새롭게 영입해 견제 기능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에 대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지적한 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은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왔다. 관치 논란을 우려해 주총 이후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려던 당국은 금융지주사가 선제적 정관 개정 등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금융지주들이 기대에 호응하지 않자 발표 시기를 조정해 압박에 들어갈 전망이다. 시점은 미정이나 당초 예정한 이달 말보다 앞당겨 최종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가급적 주요 금융지주 주주총회가 있는 마지막 주(23∼27일) 이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현장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지주들은 법 개정과 가이드라인 모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율적인 지배구조 개선안을 먼저 내놓는 것은 주주들을 설득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CEO와 사외이사의 장기 재임 자체를 문제 삼고, 구체적인 병폐 사례 없이 부패했다는 질타만으로 주총 안건에 올리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총 특별결의 도입을 해야 할 법적인 근거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고 그걸 보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도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주주들에게 이러한 법안에 따라 정관 변경을 해야 한다고 말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에게 어떤 부분이 피해를 주었는지 대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장기 재임만을 이유로 문제 제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JP모건처럼 CEO 장기 재임이 유지되는 긍정적 사례도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금융지주들은 최소한 내년 주총이나 지배구조법 개정 이후 제도 도입을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상법상 정해진 일정에 따라 안건 확정 및 소집 공고를 마친 상태라 현실적으로 당장 반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