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한미군 중동 차출 가능성, 안보태세 공백 없어야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고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주한미군 전력이 중동에 차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최근 미군의 탄약 수요와 관련한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미군 탄약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에이태큼스(ATACMS) 전술 지대지 미사일 등이 중동에 차출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패트리엇,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 등 방공전력 차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 한반도 방어망의 핵심 전력이 빠져나가는 것은 커다란 안보 우려 요인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지난해 6월에도 ‘미드나잇 해머’ 작전을 통해 이란 핵 시설을 타격하기 전, 주한미군 패트리엇 포대 8개 중 3개를 중동에 순환 배치해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비했다. 당시 차출됐던 주한미군 패트리엇 포대와 인력 500여명은 지난해 10월 한국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이란이 미군 기지는 물론 주변 걸프 국가의 에너지 시설까지 타격하면서 방공 무기 수요가 폭증해, 주한미군 전력 차출 규모가 커지거나 기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은 ‘일시적 차출’이 ‘영구적 감축’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다. 이미 2004년 이라크 전쟁 당시 주한미군 제2사단 제2여단(3600∼4000명)이 차출된 뒤 한국으로 복귀하지 않으면서 주한미군 규모가 단계적으로 축소된 사례가 있다. 미군의 전략적 판단을 전면 거부하기 어렵다면, 정부는 협의 과정에서 차출 규모를 최소화하고 복귀 시점에 대한 약속 등을 받아내야 한다. 아울러 차출로 인한 빈틈을 메울 우리 군의 독자적 대응 태세도 재점검하는 게 마땅하다.

동시에 정부는 중동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 안전·철수 대책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현재 이란, 이스라엘을 포함한 중동 13개국에는 우리 국민 2만1000여명이 체류 중이다. 호르무즈해협에 묶인 선박에 승선한 한국인 선원도 186명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중동에 체류하던 한국 교민과 단기 체류자 등 일부 교민이 인접국으로 대피했지만, 전황을 살피며 전세기나 군 수송기 투입을 더 신속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안보는 군사적 방어뿐 아니라 재외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서 완성된다. 타국 땅에서 전쟁에 휘말려 우리 국민이 희생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