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소방병원이 정식 개원을 3개월 앞두고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한 명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에서는 높은 업무 강도와 의료분쟁 부담 등으로 인한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월 기준 국립소방병원 의사직군 현원은 병원장 1명을 비롯해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내외산소) 등 필수·응급의료 과목과 재활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진단검사의학과·영상의학과 등의 전문의 8명(서울대병원 교수 6명 순환·파견, 소방병원 자체 채용 2명) 등 총 9명이다.
국립소방병원 위탁 운영 업무를 맡고 있는 서울대학교병원서 이달 중 의료진 13명을, 국립소방병원 자체 채용 6명 등 19명이 추가로 임용될 예정이다. 이들이 국립소방병원에 합류하면 의사직은 28명으로 늘어난다. 다만 개원 최소 요건을 맞추기 위해 서울대병원에서 파견했던 외과·영상의학과 전문의 2명은 복귀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국립소방병원은 다음달 전까진 의료진을 정원 대비 54%에 불과한 26명만 충원할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필수·응급의료에 공백 우려다. 병원에 따르면 응급의학과 의료진을 5명 모집했지만, 현재까지 채용된 의사는 한 명도 없다. 이들 연봉은 2억8000만∼3억2000만원 수준에다 정주수당 등 추가 인센티브를 제시했지만 지원자는 0명인 실정이다. 병원 관계자는 “국립소방병원 자체 채용도 쉽지 않고, 병원 운영을 맡고 있는 서울대병원에서도 인력이 충분치 않아 지원을 해주기가 어렵다”며 “응급실 당직도 빠듯하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서는 과중한 업무 강도와 의료소송 부담, 지방근무 기피 현상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의료소송 부담이 작지 않다 보니 고위험군 전공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인센티브나 복지 혜택뿐 아니라 응급 의료진이 요구하는 사항을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