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부수사’ 교회 로비 종착지 따로 있었다

후계 다툼 교회의 고위 간부들
경쟁 목사 횡령사건 기소 작업
담당 검사 청탁용 28억원 준비

목사 측 ‘警, 檢 접촉시도’ 주장
“판검사 로비한다며 돈 가져가”
담당검사 “만난 적 없어” 부인

전·현직 간부급 경찰이 서울 시내 한 대형교회의 ‘청부 수사’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인 가운데 애초 이 교회 고위 관계자들은 당시 교회 후계를 놓고 갈등 중이던 목사의 횡령 사건 ‘담당 검사 청탁’을 위해 필요하다며 최대 28억원 규모 ‘로비자금’ 조성을 준비했던 것으로 5일 확인됐다. 경찰이 전·현직 경찰과 교회 관계자를 검찰에 송치하면서 수사를 마무리한 상황이지만 문제가 된 로비자금이 검찰로 흘러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규명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경찰.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2024년 서울 구로구의 대형교회 목사 A씨(당시 교회 대리회장)와 교회 재정위원장 B씨, 장로 C씨는 경쟁 상대인 목사 D씨의 횡령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한 로비자금 조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로비 착수금으로 5억원, 불구속기소 시 성공 대가 2억원, 구속기소 시 성공 대가 23억원 등 상황별로 필요한 자금 규모를 정했다. 검찰이 D씨를 불구속기소하는 경우 착수금을 더해 총 7억원, 구속기소하는 경우 총 28억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2024년 12월 검찰이 D씨를 불구속기소하면서 논의대로 7억원이 전직 경찰 E씨에게 건너갔다.

그 1년여 전 E씨와 친분이 있던 장로 C씨가 횡령 사건 수사정보를 전달받으면서 ‘활동비’ 명목으로 건넨 5000만원까지 더하면, E씨가 받은 돈은 모두 7억5000만원이 된다. E씨는 과거 근무 인연이 있던 당시 사건 관할 구로경찰서 소속 현직 경찰 2명으로부터 정보를 받았다.

로비자금 조성을 주도한 목사 A씨 측 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E씨가 검사, 판사 등에게 로비한다고 돈을 가져갔다”고 말했다. 실제 자금 문제를 논의한 교회 측 인사들은 ‘빠른 기소 또는 구속기소를 위한 횡령 사건 담당 검사 청탁’을 위해 로비자금 조성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로비 활동을 벌인 E씨가 경찰 외에도 기소 여부에 직접 관여하는 검찰 측에도 접촉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대목이다. 다만 횡령 사건을 기소한 검사 F씨는 통화에서 “나도 사건을 처음부터 맡은 게 아니라 중간에 왔고 사건자료만 넘겨받았을 뿐이다. 사건 관련 경찰을 만난 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청탁 수사 사건을 맡은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E씨 등 경찰 관계자 3명과 로비자금을 조성하거나 건넨 A씨 등 교회 관계자 6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교회로부터 E씨에게 건너간 현금 7억5000만원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황이다.

경찰은 E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기각해 불구속 송치했다. 반면 E씨에게 수사정보를 건넨 현직 경찰 2명 중 1명은 구속됐고, 다른 1명은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E씨는 횡령사건 수사 로비 외에도 교회 측으로부터 다른 청탁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확인된다. 교회 장로 C씨가 2023년 E씨에게 건넬 활동비 명목 5000만원을 교회 측으로부터 받으면서 “E씨한테 일을 많이 시켜먹고, 수족같이 부려먹었는데 잘 못해줬다”며 “E씨한테 ‘기름칠’을 하려고 한다”고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