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역에 사이렌이 울려퍼졌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겨냥해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 이란 신정체제를 상징하는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를 사살했다. 이란은 미사일과 자폭드론으로 중동 내 미군 기지와 주요 시설은 물론 동지중해 섬나라인 키프로스까지 공습하며 보복 작전을 감행했다.
지난 1월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했던 미국이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하메네이를 제거한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은 전 세계에 거대한 충격파를 안겼다.
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 군사력 강화 노선을 재확인한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한국에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
◆이란도 미국도 샤헤드 자폭드론 투입
이번 사태에서 미국과 이란은 자폭드론 공격을 주고받았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란 공습 직후 이란 공격에 자폭드론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미군이 전략적 공습에 장거리 자폭드론을 투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습에 사용된 자폭드론은 루카스(LUCAS) 드론이다. 미국 드론 제조업체 스펙터웍스가 이란산 샤헤드-136 자폭드른을 역설계해서 개발했다. 이란 샤헤드 자폭드론을 본떠 만든 미국산 자폭드론이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습에 핵심적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지난해 7월 처음 공개된 루카스 드론은 같은해 12월 중동을 관할하는 중부사령부에 배치됐다. 중부사령부는 태스크포스 스콜피온 스트라이크(TFSS)를 구성, 전투원들에게 저렴하고 효과적인 드론 역량을 신속하게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미군은 지상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도 미 군함에선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지상에선 하이마스(HIMARS·고기동성 로켓 포병 시스템)에서 에이태킴스(ATACMS)·프리즘(PrSM)미사일이 발사됐다.
그럼에도 루카스 드론까지 투입한 것은 비용과 재고, 성능 시험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토마호크와 에이태킴스는 단가가 비싸고, 생산에 시간이 걸린다. 프리즘은 최근에 개발된 상태다. 재고를 채우는 시간도 더 소요된다.
미국은 지난해 이란·예맨 후티 반군·나이지리아를 공습했으나, 미사일 재고가 보충되지는 않았다. 반면 루카스 드론은 미사일보다 저렴하고 생산과정도 단순하다. 성능시험 소요까지 고려하면 이란 공습에 투입할 필요성은 충분했던 셈이다.
이란 공습에 투입된 루카스 드론의 규모와 전과 등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고가의 첨단 정밀유도무기만을 사용했던 미국이 장거리 자폭드론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주목할만한 일이다.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도 지난 1일 샤헤드 자폭드론 수백대로 오만,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등의 주요 시설들을 타격했다. 이란은 아랍 걸프 국가 내 미군 시설과 더불어 민간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았다.
국제공항과 유명 휴양지, 산업시설 등의 민간 인프라는 방공망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면서도 피격 시 파장이 크다. 걸프 국가들에 대해 군사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효과가 있다.
이번 사태로 미군이 보유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개량된 흔적도 발견됐다.
미군 중부사령부의 토마호크 발사 영상에선 동체가 검게 칠해진 토마호크가 식별됐다. 기존의 토마호크는 회색이었다.
스텔스 기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잔 미 해군의 AGM-158C 장거리 대함미사일(LRASM) 색상과 일치한다.
이같은 측면에서 검은색 토마호크는 장거리 대함공격능력을 지닌 무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지구관측기업 밴토르(옛 맥사 테크놀로지)가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의 공습 당일 이란 남동부 항구 도시 코나라크의 부두에서 이란 호위함 1척이 피격된 채 검은 연기를 내뿜는 모습이 포착됐다.
동체에 부착된 날개가 수평 또는 후퇴익이 아닌 전진익으로 구성된 순항미사일이 날아가는 모습도 SNS에서 식별됐다.
전진익은 구조·중량 등의 문제로 아음속 장거리 순항미사일에선 적용된 사례가 없었다. SNS에 등장한 미사일이 실제로 지상발사 아음속 순항미사일라면, 기존 기술과 개념을 뛰어넘는 무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공군력과 방공망 중요성 재확인
이번 사태에서 미국·이스라엘은 공습 첫날 제공권을 장악했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의 1일 보도에 따르면, 공습 첫날엔 사거리가 길어 방공망 밖에서 쏠 수 있는 스탠드오프 무기를 사용했다.
하지만 하루 뒤엔 표적 바로 위에서 투하하는 일반 폭탄을 쓰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에서 테헤란으로 가는 하늘길을 장악했다는 의미다.
미 중부사령부도 공습 나흘 만에 비싸고 정교한 장거리 타격 무기에서 합동정밀직격탄(JDAM), 헬파이어 미사일처럼 저렴한 근접 타격 무기로 전환했다고 했다. 미군은 JDAM 수만발을 보유하고 있다. 헬파이어는 MQ-9 리퍼 무인공격기가 이란 미사일 발사차량(TEL)을 파괴하는 작전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고가 많지 않은 고가의 원거리 정밀유도무기 의존도를 낮추면, 유인 전투기는 대규모 직접 공격을 장기간 광범위한 지역에서 감행할 수 있다.
특히 전투기에서 투하하는 활공폭탄은 반경 15m 이상의 폭발 구멍을 만든다. 벙커버스터를 투입하면 지하시설도 파괴한다.
이란이 샤헤드 자폭드론 등로 반격할 수 있으나, 이스라엘 공군의 공습보다는 파괴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드론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대지만, 전통적 개념의 공군력이 전쟁 주도권 장악에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이 드러나는 셈이다.
공군력 못지 않게 방공망의 중요성도 주목됐다. 효율적이면서 높은 신뢰성을 갖춘 다층 방공망의 존재는 공습을 저지하면서 국민의 공포를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이란이 러시아산 S-300을 모방해 만든 개발한 바바르-373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 공습 당시에도 별다른 요격 기록이 없었다. 이란이 개발했다는 코르다드-15 지대공 체계는 1970년대 팔레비 왕정 시절 미국이 판매한 호크 미사일과 유사한 미사일을 쓴다.
이란은 러시아에서 지대공미사일을 도입하려 했으나, 러시아는 S-300보다 우수한 S-400을 이란에 제공하는 것에 소극적이었다. 결국 이란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일방적인 공습에 맞설 수단을 찾지 못했다.
반면 걸프 지역의 경우 UAE는 미국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패트리엇(PAC-3) 등을 갖췄고, 카타르·요르단·쿠웨이트 등도 패트리엇을 운용하고 있었다.
이들 방공망은 미국의 이란 공습 당시 전투에 합류했다. 덴 케인 미 합참의장은 “수년 간의 훈련과 신뢰, 힘들게 이룬 통합이 결실을 맺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 국가의 방공망은 대부분의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했다. 다만 전쟁이 길어지면 요격미사일 비축분이 고갈되어 방공망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격이 집중되고 있는 UAE는 개전 이후 지난 5일까지 탐지한 탄도미사일 196발 중 181발을 요격했고 13발은 해상에 낙하했으며, 2발이 지상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탐지된 드론 1972대 중 1001대를 요격했고, 71대는 UAE 영토에 떨어졌다.
이로 인해 3명이 숨지고 94명이 다쳤다. 두바이 국제공항을 비롯한 걸프 지역 공항들이 한때 폐쇄되어 항공 교통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카타르에선 요격된 이란 미사일 잔해가 민간인 지역에 낙하하면서 폭발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란 전쟁은 한반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습 당시 미군은 레이더와 지휘체계를 마비시키는 전자전·사이버 공격과 물리적 파괴 수단을 동원했다. 이란은 자폭드론과 구형 미사일로 전쟁 초기 미군과 걸프 지역 방공망의 요격미사일 소모를 유도했다.
공군력에서 열세인 북한도 개전 초기 미사일과 드론을 총동원하는 집중 공격을 감행, 방공망 소모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비하려면 한국군은 다층 방공망과 대(對)드론 체계를 서둘러 구축하고, 소프트웨어를 조정해서 북한 공격 수단에 적합한 요격작전을 펼칠 능력을 높여야 한다.
특히 한·미 연합 및 육·해·공군 방공망의 시스템 통합을 높여 통합전투지휘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란 방공망은 러시아·중국산과 자국산 장비가 상호 호환되지 않은 통신 프로토콜을 사용해서 효율성이 떨어졌다. 반면 미군과 걸프 국가는 방공망 통합이 이뤄졌다.
평시 생산량을 늘려서 요격미사일 재고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대대적인 공격이 나설 경우 요격미사일 소모량이 예측치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
정부 차원의 민방위 준비도 갖춰야 한다. 이란 공습 당시 걸프 지역 국가들은 방공망을 가동하면서 주요 기반 시설 보안을 강화하고, 주민 대피령과 이동 통제를 취했고, 휴교 조치도 했다.
이란은 미국·이스라엘산 방공체계에 쓰이는 요격미사일이 매우 고가이며 재고를 확보하려면 몇 년이 걸린다는 점을 이용, 공습 초기 에마드 또는 샤하브-3 등 구형 액체연료 탄도미사일과 샤헤드-136 자폭드론을 지속적으로 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구형 미사일과 드론을 계속 쏘면,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 국가의 요격미사일은 조기에 소모된다. 이때를 노려 이란이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이들 국가는 저지하기가 어렵다.
북한도 이와 유사한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군도 사전에 요격미사일 재고를 충분하 확보하는 한편 북한 미사일발사차량(TEL) 동향을 면밀하게 추적·식별·파괴할 수 있는 전술을 한층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북한 내륙 지역을 공습할 공군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공군이 비축한 항공무장 중 다수는 노후화한 것이다.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 활공폭탄을 비롯한 최신 항공무장 위주로 비축 물량을 재편하면서 수량을 대대적으로 늘리는 한편, 북한 방공망을 교란하는 전자전 능력과 더불어 북한 전쟁지도부의 동향을 면밀히 추적·파악하는 국가정보능력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