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이 외로움이 비만보다 건강에 해롭다면서 경고한 내용이다. 영국과 일본은 겸직이긴 하지만 각각 ‘외로움 담당 장관’(2018년), ‘고독·고립 담당 장관’(2021년)을 임명하며 외로움을 국가적 과제로 격상시키기도 했다. 외로움이 단순히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풀어야 할 심각한 공중 보건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은 상당하다. 외로움을 느끼는 정도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사회적 고립도’가 지난해 33.0%로 측정됐다. 이는 2023년과 동일한 수치지만,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인 2019년(27.7%)보다 5.3%포인트 높은 수치다.
7일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5’ 보고서를 보면 사회적 고립도는 ‘아플 때 집안 일을 부탁할 경우’ 또는 ‘힘들 때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한 경우’에서 둘 중 하나라도 도움 받을 사람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로 정의된다. 사회적 고립도는 2013년 32.9%, 2015년 30.0%, 2017년 28.1%, 2019년 27.7%로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만 해도 감소 추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교류가 축소·제한되면서 2021년 34.1%로 급증한 뒤 지난해에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고립감을 더 크게 느꼈다. 남자의 사회적 고립도는 35.7%로 여자(30.5%)보다 높았다. 2023년 대비 남자는 0.5%포인트 오른 반면 여자는 0.5%포인트 줄었다. 연령별로는 고령층에서 사회적 고립도가 높았다. 19~29세의 사회적 고립도는 24.4%, 30~39세는 26.5%였던 반면 60세 이상에서는 39.4%였다. 세부항목별로는 ‘집안일을 부탁할 경우’ 도움 받을 사람이 없는 비율이 24.9%였는데 50~59세가 29.1%로 가장 높았다.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도움 받을 사람이 없다는 비율은 27.7%였는데, 60세 이상이 27.7%로 가장 높았다. 고령층이 정서적으로 기댈 곳이 없는 셈이다. 일본의 경우 여성 노인을 중심으로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자발적으로 감옥에 들어가는 ‘자발적 수감’ 현상이 포착돼 문제가 됐는데, 한국의 노인 역시 사회적으로 상당히 고립돼 있다는 분석이다.
고령층이 심화하면서 독거노인도 증가세다. 독거노인 비율은 2019년 20.5%로 20%대 초반에 머물렀지만 2024년 23.7%까지 증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일찍부터 고령화를 겪은 선진국에 비해 고령자를 위한 사회보장제도가 발달하지 못해 자녀를 포함한 가족이 가장 중요한 사회경제적 지원자 중 하나다. 독거 노인은 가족의 지원을 받기 힘들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독거노인의 경우 경제상황과 신체건강 외에 정신건강도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외로움이나 우울감은 함께 사는 가족이 없는 독거노인에게서 더 문제가 되며,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이 높다”면서 “이들에게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