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에서 한국말을 접하게 되는 일이 점점 늘고 있다. 그동안은 주로 드라마 속 한국 배우가 혼잣말을 하는 정도였다면, 이제 일본 배우가 극중에서 한국말을 하는 배역을 맡게 됐다.
7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일본 배우 시손 쥰(志尊淳)이 4월12일부터 방영되는 니혼TV 드라마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의 주연을 맡았다.
한국 속담을 딴 제목의 이 드라마에서 시손은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한국 유수의 재벌가의 양자가 된 일본인 청년 김민석을 연기한다. 일찌감치 재벌 후계자로 주목 받으며 활약했지만, 양부가 사망한 뒤 집안에서 쫓겨나게 된다는 설정이다. 슬픔을 안고 23년 만에 돌아온 일본에서 의사 모모코를 만나 끌리게 된다는 내용의 러브 스토리이다.
니혼TV는 이 드라마에 대해 “본격적인 한국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할 뿐 아니라, 시손이 한국인 배우들과 함께 한국어 연기를 선보이는 점도 드라마의 큰 볼거리”라고 소개했다.
시손은 “한국어 대사가 많아서 ‘이럴 리가 없는데’ 당황하기도 했지만, 일본어와 한국어로 연기를 하면서 그것들이 섞여 가는 모습이 정말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민석이라는 캐릭터가 정체성·국경·언어 차이 등 여러 장벽을 극복하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어 연기에 대해서는 “한국에 친구가 있어서 한국말을 들을 기회가 있었고, 한글도 조금은 읽을 수 있다”며 “지금은 대사를 어떻게든 외우면서 선생님과 함께 하나하나 발음을 조정해 가고 있다. 대본에 적힌 대사라도 실제 한국 배우와 연기할 때 그대로 나올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변형으로 대사를 완전히 외워서 상황에 맞는 대사를 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일본 TBS방송은 2024년 ‘아이(Eye) 러브 유’라는 작품에서 일본어 자막도 없이 한국말 대사를 내보내는 파격적인 형식을 선보여 화제가 된 바 있다. 극 중 여주인공(니카이도 후미 역)은 상대 눈을 들여다 보면 상대 생각을 읽을 수 있는데, 속마음을 전혀 알 수 없는 한국인 유학생(채종협 역)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이다. 한국인 유학생이 한국말로 하는 혼잣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상황을 시청자들도 동시에 겪게 하는 시도였다.
지난해에는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로맨틱 어나니머스’에서 배우 한효주가 한국어와 일본어 연기를 선보이며 일본 배우 오구리 슌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