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올해만 360건…재판소원법 시행도 안 했는데 ‘재판취소’ 청구 급증

법원의 확정 판결도 헌법소원심판 청구 대상으로 삼는 이른바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공포 및 시행을 앞둔 가운데 헌법재판소에는 이미 재판취소 사건 접수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법안이 아직 시행되지 않았음에도 헌재에 ‘재판취소’ 청구 사건이 이미 수백여건이나 접수된 상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에 올해 접수된 ‘재판취소’ 사건은 360여건에 달한다. 두 달여 만에 지난해 들어온 총 재판취소 사건인 376건 가량에 가까운 사건이 접수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재판소원 도입 논의가 불붙기 전인 2024년 헌재에 접수된 재판취소 사건은 154건 정도에 그쳤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 관계자는 “재판소원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묻는 전화 문의가 1시간에 4~5건 꼴로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소원법은 그간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서 제외됐던 법원 재판을 심판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다. 확정된 재판이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헌법·법률을 위반해 명백하게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청구할 수 있다.

 

헌재 역시 문의가 쇄도하자 홈페이지에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안내’라는 팝업창 안내를 통해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일명 ‘재판소원’)을 도입한 개정 법률은 국회 본회의 통과 시가 아닌 ‘대통령이 공포한 날부터 청구하는 경우’에 적용됨을 알려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에 기청구된 사건들 다수는 재판소원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 구법에 따라 각하 결정이 내려질 전망이다. 헌재법 일부개정법률안 2조는 ‘이 법은 이 법 시행 이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재판소원법은 이르면 다음주 공포,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재판소원법’이 법안 공포, 시행 후부터 적용된다고 알린 헌법재판소 안내사항. 헌재 홈페이지 캡처

법조계에서는 본격적인 제도 시행 이후 헌재에 접수되는 재판소원 사건 수가 더욱 큰폭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대만 헌법재판소는 2022년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되자 그 해에 헌재에 접수된 사건이 4371건으로 전년(747건) 대비 6배 가까이 폭증했다. 지난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전체 사건 4640건 중 재판소원 사건은 3830건으로 82.5%에 이른다. 스페인 헌법재판소의 경우 지난해 전체 9871건 중 재판소원 사건이 9344건으로 94.7%를 차지했다. 

 

헌재는 사건 폭증에 대비해 전담 사전심사부 인원을 늘려 사건 청구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사전심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담 사전심사부에는 15년 차 경력의 중견급 헌법연구관 8명이 배치될 예정이다. 기존 사전심사부 인력 7명과 비슷한 규모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헌재는 헌법에 재판관 수가 정해져 있어서 대법관처럼 증원을 못하니, 사건 부담이 많을 수 밖에 없다”면서 “사전심사부를 늘려서 소 각하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의 경우에도 사건 수가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심리불속행 기각을 도입한 건데 이 때문에 당사자들과 변호사들로부터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며 “헌재 역시 각하 당한 당사자들로부터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 보장을 위해 재판소원 도입에 찬성해놓고 어떻게 대부분 각하해버리느냐’라는 얘길 듣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