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남정훈 기자]비행기냐, 차 젓기냐. 두 세리머니 중 더 많이 나오는 팀이 이긴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7일 일본 도쿄도 분쿄구 도쿄돔에서 2026 월드베이스볼(WBC) 본선 1라운드 C조 조별리그 맞대결을 펼친다.
두 팀 모두 1승을 안고 임하는 경기다. 한국은 5일 체코전에서 11-4 대승을 거뒀고, 일본은 6일 대만을 상대로 13-0 7회 콜드게임의 압도적인 승리를 따냈다.
현실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목표는 다르다. 2013 타이중, 2017 고척돔, 2023 도쿄돔에서 본선 1라운드 탈락으로 ‘참사’를 겪은 한국은 17년 만의 본선 1라운드 통과를 노린다. 2006, 2009 1,2회 WBC를 우승한 일본은 2023 WBC에서 우승을 차지해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이번 WBC에 참가한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인 오타니 쇼헤이를 보유한 일본의 목표는 이번에도 우승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차이가 나는 게 사실이다. 한국은 C조 최약체인 체코를 상대로 콜드게임 승리를 따내지 못한 반면 일본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랭킹 2위인 대만을 상대로 2회에만 10점을 내는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콜드게임 승리를 따냈다. 마운드도 7이닝 동안 피안타 1개만 허용했다. 반면 한국은 체코에게 넉점이나 내줬다. 투타에서 모두 일본이 우위라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다만 ‘숙명의 라이벌전’인 한일전은 전력 이상의 무언가가 승부를 결정짓곤 한다. 이번 WBC에서는 세리머니가 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한일 양국 선수단은 이번 WBC에서 세리머니를 준비했다. 한국은 ‘비행기 세리머니’다. 안타나 홈런을 치면 양팔을 벌리고 비행기를 흉내낸다. 이 세리머니의 원작자는 노시환(한화). 지난 4일 노시환은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형이 야수들을 모아놓고 세리머니로 무엇을 하면 좋겠냐고 묻더라”라며 “저희 목표는 조별리그를 통과해 미국 마이애미로 가는 것이니 손가락으로 마이애미의 ‘M’을 만들거나, 전세기를 타러 가자는 의미에서 비행기 세리머니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체코전에서 홈런을 때려낸 문보경(LG), 셰이 위트컴(휴스턴 애스트로스), 저마이 존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등은 그라운드를 돌 때 양팔을 벌리고 해맑게 웃었다. 이 세리머니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상대 마운드를 두들겼다는 것이니 많이 나올수록 좋다.
일본은 3년 전 WBC에서도 세리머니를 준비했었다. 현역 메이저리거로서 일본 대표팀에 참가했던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후추를 가는 듯한 ‘후추 그라인더 세리머니’를 선보였고, 이 세리머니는 이후에도 일본 열도에 열풍을 일으켰고, 후추 그라인더 제품이 품절되는 사례가 생기기도 했다.
이번에도 선수단을 하나로 만들기 위한 세리머니를 만들기로 했고, 주도적으로 나선 선수가 ‘사무라이 재팬’의 상징이자 리더인 오타니였다. 투수인 키타야마 코기에게 세리머니 제작을 지시했고, 코기는 고민 끝에 ‘차 젓기 세리머니’를 준비했다. 왼손으로 찻잡을 잡고, 오른손을 빙글빙글 돌리며 차를 젓는 듯한 행동을 하는 세리머니다. 오타니가 일본 차의 광고모델인 것도 감안하기도 한 세리머니다. 6일 대만전에서도 오타니를 비롯해 안타를 친 다수의 선수들이 이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대만전에서 선발 등판한 야마모토 요시노부도 “팀만의 그런 약속된 포즈가 있으면 팀의 일체감이 더 올라간다. 오늘도 그런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와서 보기 좋았고, 팀 분위기도 좋아졌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과연 7일 숙명의 한일전에서 비행기와 차 젓기 세리머니 중 더 많이 나오는 건 무엇일까. 비행기면 한국의 승리, 차 젓기면 일본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