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의 고용 엔진으로 불리던 SK배터리 아메리카(SKBA) 공장에 차가운 감원 바람이 불어닥쳤다. 미국 내 전기차 수요 둔화와 정책 변수라는 이중고 속에 공장 인력의 3분의 1 이상이 한꺼번에 일터를 떠나게 됐다.
6일(현지시간) SK배터리 아메리카는 조지아주 커머스 공장 근로자 958명을 감원했다고 밝혔다.
현지 인사 책임자가 공고한 ‘근로자 조정 및 재훈련 통보(WARN)’에 따르면 이날은 전체 인력 약 37%에 달하는 직원들의 마지막 근무일이다. 남은 인력은 약 160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감원된 직원들은 규정에 따라 오는 5월 6일까지 급여를 보전받는다.
이번 대규모 감원은 예견된 악재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SK는 지난 2022년 1월 26억 달러를 투입해 이 공장을 완공하고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에 배터리를 공급해 왔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이 급변했다. 포드는 지난해 12월 수요 부진을 이유로 F-150 라이트닝 전기 모델 계획을 접었다. 여기에 포드와 SK온이 추진하던 114억 달러 규모의 미국 배터리 합작 사업도 중단되면서 SKBA 공장의 가동률은 급격히 떨어졌다.
조 가이 콜리어 SK 아메리카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번 인력 감축은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운영 효율을 조정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정치권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존 오소프 조지아주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우려했던 대로 트럼프의 전기차 전쟁이 조지아 경제를 실질적으로 해치고 있다”며 “새 공장을 짓던 호황기는 가고, 이제 주민들이 일자리를 잃는 처지에 내몰렸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전기차 허브로 급부상했던 조지아주가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정책 변화 속에서 타격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시선은 이제 카터스빌로 향하고 있다. SK는 현재 애틀랜타 북서쪽 인근에 현대자동차와 공동으로 50억 달러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기존 커머스 공장이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버티고는 있지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추가적인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배터리’의 북미 점령 시나리오가 정책 변수와 수요 둔화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난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