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쉽다. 너무나 아쉽다’ 고질병인 볼넷에 또 울었다...‘류지현호’, 일본에 6-8 패배로 한일전 11연패 늪으로 [도쿄 in SEGYE]

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7회말 2사 만루 상황서 한국 김영규가 실점 한 뒤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뉴시스

[도쿄=남정훈 기자]아, 아쉽다. 너무나 아쉽다. 야구 한일전에서 모처럼 경기 막판까지 박빙 승부를 벌였는데. 한일전 10연패 사슬을 끊어낼 기회에서 기계적인 좌우놀이와 통한의 볼넷이 경기를 망쳤다. ‘류지현호’가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에 패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7일 일본 도쿄도 분쿄구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본선 1라운드 C조 조별리그 2차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접전 끝에 6-8로 패했다. 지난 5일 체코를 상대로 11-4 승리를 거두며 17년 만에 WBC 첫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며 징크스를 떨쳐낸 한국은 이날 패배로 1승1패가 됐다. 한국의 다음 일정은 8일 정오 대만전이다. 7일 밤 경기 후 8일 정오 경기라 부담스런 상황이다.

 

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C조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문보경이 1회초 2사 1,2루 상황에서 2타점 2루타를 친 뒤 포효하고 있다. 뉴스1

기선을 제압한 건 한국이었다. 일본 좌완 강속구 선발 기쿠치 유세이(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를 상대로 1회 김도영과 저마이 존스의 연속 안타로 만든 무사 1,3루에서 이정후가 좌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진 무사 1,2루에서 안현민과 셰이 위트컴이 각각 삼진과 2루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체코전 선제 결승 만루포의 주인공 문보경이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적시 2루타로 3-0을 만들어냈다.

 

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C조 2차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1회초 2사 1, 2루 한국 문보경의 2타점 2루타 때 홈인한 이정후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좌완 기쿠치가 선발인 것을 감안해 류 감독은 체코전에서 5번을 쳤던 좌타자 문보경을 6번으로 내렸고, 6번 위트컴을 5번으로 올렸다. 문보경과 같은 수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우타자 노시환 대신 타격감이 좋은 문보경을 믿고 기용한 게 적중했다. 문보경은 기쿠치의 3구째 87.3마일짜리 슬라이더를 밀어쳤고, 이 타구는 좌중간을 향했다. 중견수 스즈키 세이야가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으나 뒤로 빠졌고, 문보경의 타구가 뜨자마자 스타트를 끊은 존스와 이정후는 여유있게 홈을 밟았다. 3-0. 체코전에 이어 일본전에서도 문보경이 1회 자신의 타점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2차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1회말 1사 2루 일본 스즈키가 우중간 투런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일본 타선도 1회부터 곧바로 추격에 나섰다. 류지현 감독이 고심 끝에 일본전 선발의 중책을 맡긴 고영표가 현역 메이저리거들을 넘어서지 못했다. ‘사무라이 재팬’의 상징이자 리더인 오타니 쇼헤이(LA다저스)에게 선두타자 볼넷을 내준 뒤 1사 후 만난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와의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째 던진 체인지업이 한가운데 몰렸고,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32홈런을 때려낸 거포인 스즈키가 이를 놓칠 리 없었다. 제대로 밀어친 타구는 도쿄돔 우측 담장을 넘겼다. 1회 수비에서 문보경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에 실패했던 걸 홈런포 한 방으로 만회한 스즈키다.

 

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3회말 1사서 일본 쇼헤이 오타니가 1점 홈런을 치고 있다. 뉴시스
7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C조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3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 일본의 스즈키 세이야가 솔로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뉴스1

고영표와 기쿠치는 2회를 무실점으로 넘겼고, 3회 일본이 역전에 성공했다. 고영표는 타순이 한 바퀴 돈 뒤 다시 만난 오타니와 스즈키를 넘어서지 못했다. 3회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오타니에게 던진 몸쪽 체인지업이 잘 들어갔지만, 오타니는 이를 받쳐놓고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겼다. 3-3 동점. 이어 곤도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2사를 잡아낸 고영표. 그러나 또 한 번 스즈키의 벽을 느껴야 했다. 스즈키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가운데 몰렸고, 스즈키는 이를 또 한 번 잡아당겨 좌중간을 넘겼다. 연타석 홈런.

 

7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C조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선발투수 고영표가 3회말 일본의 오타니, 스즈키에게 연속 홈런을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나서고 있다. 뉴스1

결국 류지현 감독은 고영표를 내리고 조병현을 올렸지만, 조병현마저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의 요시다가에 좌월 솔로포를 얻어맞고 말았다. 3-5로 점수차가 벌어졌다. 경기 초반 낸 5점을 홈런포 4방으로, 그것도 현역 빅리거 3인방이 냈다. 확실히 무게감이 다른 일본 타선의 무서움을 제대로 체감한 초반이었다.

 

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C조 2차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4회초 1사 1루 한국 김혜성이 2점 홈런을 친 뒤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한국에게도 현역 빅리거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김혜성. 4회 선두타자 김주원의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고, 박동원이 삼진을 당했지만, 김혜성이 기쿠치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이토 히로미의 5구째 몸쪽 높은 포심을 통타해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김혜성의 WBC 첫 안타는 투런 홈런포였다. 5-5 동점.

 

이후 한일 양국의 불펜 싸움은 팽팽하게 흘렀고, 6회까지 5-5 동점이 유지됐다. 모처럼 한국이 경기 중반까지 일본과 대등하게 싸우며 연패 탈출의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일본에 10연패를 당하는 상황에서 항상 화근이 됐던 볼넷이 이번에도 문제였다. 7회 마운드에 오른 박영현이 선두타자 슈고 마키에게 볼넷을 준 게 시작이었다. 겐다 소스케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됐고, 대타 사토 테루키의 강습 타구를 1루수 문보경이 잘 처리해 2사 3루가 됐다. 여기서 타석엔 오타니. 한국 벤치의 선택은 고의4구였다. 이전 타석까지 이번 WBC에서 6타수 5안타에 홈런 2개를 때려낸 오타니였으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후속 타자 곤도 겐스케는 좌타자. 류지현 감독은 박영현을 내리고 좌완 김영규를 올렸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 올라서였을까. 김영규가 영점을 전혀 잡지 못하고 곤도에게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에 몰렸다. 다음 상대는 연타석 홈런을 때려낸 스즈키. WBC 규정 상 세 타자는 상대해야 교체 가능했고, 김영규는 우타자 스즈키를 상대했지만, 또 다시 볼넷을 내주며 밀어내기로 실점했다. 게다가 다음 타석에 들어선 요시다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까지 얻어맞으며 점수 차는 5-8로 벌어졌다.

 

결국 세 타자를 모두 상대한 뒤 김택연이 김영규를 구원했고, 김택연이 오카모토 가즈마를 삼진으로 돌려세워 위기를 넘겼다.

 

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8회초 2사 만루 한국 김혜성이 삼진아웃을 당한뒤 아쉬워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에게도 역전의 기회가 없던 건 아니다. 8회 선두타자 이정후의 2루타와 2사 후 문보경의 볼넷으로 만든 2사 1,2루에서 김주원이 중전 적시타를 때려내 6-8까지 추격했다. 대타 문현빈의 볼넷으로 이어진 2사 만루. 타석엔 투런포로 감을 예열한 김혜성. 그러나 김혜성은 2B-2S에서 루킹 삼진을 당하며 고개를 숙였다. 결국 9회에도 점수를 내지 못한 한국은 한일전 연패가 11까지 늘어나고 말았다. 또 한 번 볼넷으로 경기를 내준 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