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한복판을 스스로 돌아다니며 공기질을 정화하던 로봇이 갑자기 멈춰 서더니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맥박과 호흡을 체크한다. 이상 징후가 감지되자 즉시 보호자에게 알림을 보낸다.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대여에 머물던 렌털 업계가 인공지능(AI)과 결합해 ‘집 안 주치의’로 진화하며 그려낼 가까운 미래의 일상이다.
8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약 30% 중반 수준에 이른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빠른 고령화가 겹치면서 단순한 제품 대여를 넘어 ‘돌봄’과 ‘건강’을 함께 관리하는 웰니스 구독 모델이 새로운 시장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SK매직이 사명을 변경해 출범한 SK인텔릭스는 다음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2026’에서 차세대 웰니스 로봇 ‘나무엑스’(NAMUHX)를 공개할 예정이다. AI 웰니스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 전략을 실제 제품으로 보여주겠다는 구상이다.
나무엑스는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집 안 곳곳을 이동하며 오염 물질을 감지하고 공기질을 관리하는 기능을 갖췄다. 여기에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기반 AI 모델을 활용한 음성 제어와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적용했다. 특히 비접촉 방식으로 사용자의 바이탈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외부 침입 감지 기능까지 더해 가전·보안·헬스케어를 하나의 로봇으로 통합하려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 1위 코웨이는 서비스 영역을 제품 중심에서 ‘삶의 전 과정’으로 확장하고 있다. 자회사 코웨이라이프솔루션을 통해 선보인 ‘코웨이라이프599’ 등은 렌털 제품 이용과 함께 장례·웨딩·여행 등 다양한 제휴 서비스를 결합한 라이프케어 구독 모델이다.
코웨이는 또 ‘My AI’ 브랜드를 통해 정수기와 비데, 스마트 매트리스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스마트 홈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슬립·힐링 브랜드 ‘비렉스’(BEREX)를 중심으로 안마의자와 안마베드 사업을 확대하며 수면 데이터를 활용한 ‘슬립 케어’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기업들이 AI 웰니스 구독 모델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용자의 생활 패턴과 건강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는 다른 서비스로 이동하기 어려운 ‘락인’(Lock-in)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개인 맞춤형 데이터가 쌓일수록 기기 업그레이드나 추가 서비스 구독 유도도 수월해진다. 결국 미래 렌털 시장의 경쟁력은 누가 더 정교하게 고객의 생활 데이터를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실의 로봇과 침실의 매트리스가 사용자의 몸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시대. 렌털 구독료는 단순한 제품 대여 비용을 넘어 ‘생활 관리 비용’으로 의미가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