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력을 결정짓는 요소에는 유형의 전력뿐만 아니라 사람의 의지, 운용 능력 등을 뜻하는 무형 전력도 있다. 상대의 사기, 판단, 여론을 무너뜨리기 위해 사용되는 심리전도 그중 하나다. 전투력뿐 아니라 속임수와 두려움, 혼란, 선전 등을 이용한다. 기원전 12세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 목마’는 승리했다는 착각을 통해 방심을 유도한 고도의 심리전이었다. 13세기 몽골군은 항복하지 않는 도시의 주민을 전원 몰살하는 방식으로 의도적인 공포 확산에 주력했다. 상대는 몽골군과 싸우기도 전에 항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연합군은 풍선을 이용한 탱크와 가짜 비행장, 가짜 무선 통신 등을 동원해 독일군 기만작전에 나섰다. 이로 인해 독일은 연합군 상륙 지점을 노르망디가 아닌 파드칼레라고 믿게 됐고, 2차 세계대전의 전세는 급격히 연합군으로 기울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의 바그다드 함락에서도 선동과 선전전이 동원됐다. 이때까지도 전단과 라디오, TV 등이 활용된 고전적 심리전이 주류였다. 2022년 발발한 러·우 전쟁을 통해 심리전은 인지전(認知戰)으로 변모했다. 인지전은 의도된 정보로 인간의 정신적 취약점을 자극해 적을 아군 의도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전쟁 개념이다. 러·우 전쟁은 틱톡뿐만 아니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인간의 마음과 두뇌가 서로 싸우고 점령하는 전장이 된 것이다. ‘소프트 파워’ 개념을 정립한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는 “과거에는 전쟁이 주로 누구의 ‘군대’가 승리하느냐에 달려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누구의 ‘이야기’가 승리하느냐에 있다”고 했다.
이란 전쟁 발발 후 미국 중부사령부의 X(엑스)에는 군사 작전 진행 상황과 타격 영상 등이 수시로 업로드된다. 이란의 주장을 반박하며, 전쟁에서 미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식이다. SNS를 통해 전쟁의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인지전이다. 175명의 사망자를 낸 이란 초등학교 공습은 걸림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이와 관련, “이란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외신과 미군 관계자들조차 미군 오폭 가능성을 제기한다. 사실로 드러나면 미국을 향한 비난은 더욱 커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