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이라크 전쟁에 얼마나 신물 나 했는지 볼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공화당을 지지하거나 민주당을 지지하거나 모두 그렇다. 2024년 여름 미국에 처음 부임해 대선 취재를 하던 때 펜실베이니아 벅스카운티에서 열린 J D 밴스 부통령 유세에서 만난 한 남성 지지자는 “이라크 전쟁 같은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했다. 마치 이라크 전쟁을 현실을 모르는 정치 엘리트들이 만든 신선놀음처럼 여기는 듯했다. 그런가 하면 버지니아주 북부 워싱턴DC 통근권에 살면서 친해진 한 민주당 지지 성향의 은퇴한 이웃 아주머니도 “이라크 전쟁 같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끝나지 않는 전쟁’(forever war)은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사람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는 여전히 민주적이지 않고, 극단주의 조직은 전쟁 전보다 더 활개 쳤다고 했다.
미국인들만 이라크 전쟁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 다음으로 이라크 전쟁에 가장 큰 규모의 군사 파병을 했던 영국에서도 반발이 컸다. 특히 인기 많은 노동당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는 세 번이나 총리직을 연임했지만 결국 이라크 전쟁으로 당 내부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2007년 사임했다. 국민에게 환영받지 못한 이라크 전쟁은 결국 영국판 ‘고립주의’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주요 배경 중 하나가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탄생 자체가 미군의 해외 개입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과 연관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라크 전쟁은 미국과 유럽 모두에서 2000∼2020년대를 휩쓴 고립주의, 자국 중심주의, 엘리트 혐오주의를 불러오는 중요한 ‘방아쇠’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미국이 다시 중동에서 전쟁에 뛰어들었다. 그것도 이라크 전쟁을 극도로 싫어하는 마가의 정서를 발판으로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밝힌 이유는 이란이 핵 협상에 진지하게 임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만, ‘엡스타인 파일 의혹을 덮기 위해’, ‘대법원 관세 판결로 불리해진 상황에서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빨리 중동 문제를 해결하고 중국에 집중하기 위해’ 등등의 여러 관측이 나온다. 이유가 하나일 필요는 없으니 여러 이유가 복합적일 것이다.